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HE Biz(더비즈)=안채영 기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의 핵심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공장을 이을 대형 인프라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빅테크와 연계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르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막대한 전력·물 소비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민 반발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과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연간 1조달러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에너지와 AI(Energy and AI)’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역시 같은 기간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맞물려 미국에서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유타주 박스 엘더 카운티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유타주 전체 전력 사용량을 웃도는 9GW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지며 전력·수자원 고갈과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미국 갤럽 조사에서도 거주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1%에 달해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지역 갈등 시설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물·전력 소비와 소음, 환경 오염, 전기요금 상승 등이 주요 반대 이유로 꼽혔다.
유럽과 아시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국가 전력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면서 에너지 부담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거지 인근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산되며 집값 하락과 소음·열기 피해를 우려한 주민 반발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데이터센터가 산업시설이 아닌 ‘사무실’로 분류되는 규제 체계 탓에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 갈등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금천구와 경기 고양·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자파와 소음, 화재 위험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과 착공 지연 사례가 이어지며 지역 수용성 문제가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이 같은 흐름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 역시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적극 공략 중이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되면서, 시공을 넘어 전력·냉각·통신 인프라까지 포함한 복합 사업으로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액침냉각과 모듈러 공법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SK에코플랜트는 MEP(기계·전기·배관) 역량과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솔루션’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개발·운영까지 포함한 장기 수익형 모델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KT 목동 IDC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주요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친환경 전력 인프라와 연계한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우건설도 최근 데이터센터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하고 전남 장성·강진 일대 500MW급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건설업계가 데이터센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 안정적인 수익 구조 때문이다. 주택 사업과 달리 건설 이후에도 유지보수와 설비 교체, 운영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장기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하다. 동시에 AI 산업 성장과 맞물려 글로벌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핵심 변수는 전력과 주민 수용성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서버 가동으로 인해 막대한 전력과 냉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전력망 부담, 송전 인프라 확충 문제, 물 사용량 증가, 탄소 배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육성 정책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수도권 전력 수급 한계와 지역 주민 반발 가능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강한 사회적 저항을 동반하는 인프라“라며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시장 진입이 어려운 만큼, 전력 공급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까지 포괄하는 종합 전략이 수주 경쟁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