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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플랫폼 피로감 시대…슈퍼앱의 몰락과 분화

이같은 흐름은 스타트업에 분명한 기회를 제공한다. 거대 플랫폼이 모든 영역을 장악할 것처럼 보였던 시기가... 투자, 보험, 대출 등 세부 영역에서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 콘텐츠 영역에서도...

[데스크칼럼] 플랫폼 피로감 시대…슈퍼앱의 몰락과 분화

한때 ‘슈퍼앱’은 디지털 플랫폼의 궁극적인 진화 모델처럼 여겨졌다. 단일 앱에서 메시지, 결제, 쇼핑, 콘텐츠, 금융까지 모두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함의 극대화였고 기업 입장에서는 체류 시간과 데이터 확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였다.

실제로 카카오와 네이버를 비롯해 글로벌에서는 텐센트의 ‘위챗’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허나 최근 들어 이 모델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능을 하나의 앱에 담는 방식에서 이용자들이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앱은 무거워지고 인터페이스는 복잡해지며 원하는 기능을 찾기까지의 경로는 길어진다.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아무 것도 빠르게 할 수 없다’는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플랫폼 피로감은 단순한 사용자 불만을 넘어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제 특정 목적을 위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호한다. 음식 배달은 배달 앱, 송금은 간편결제 앱, 콘텐츠 소비는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는 식이다. 기능이 많은 것보다 내가 원하는 기능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해졌다.

변화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슈퍼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여전히 높지만 개별 기능의 사용 빈도는 분산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용자는 단일 앱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여러 앱을 오가며 자신만의 최적의 조합을 만든다. 디지털 환경이 성숙할수록 사용자의 선택은 더 정교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슈퍼앱 전략은 여전히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제공한다.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두면 이탈을 줄이고 교차 판매 기회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확장은 오히려 핵심 경쟁력을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모든 것을 잘하기는 쉽지 않고, 특히나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전체 경험이 나빠진다.

최근 대형 플랫폼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서비스는 더 고도화하고 부수적 기능은 분리하거나 외부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내부적으로는 모듈화 전략을 통해 기능을 나누고 사용자에게는 더 단순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인데, 이는 슈퍼앱의 해체라기보다 재구성에 가깝다.

이같은 흐름은 스타트업에 분명한 기회를 제공한다. 거대 플랫폼이 모든 영역을 장악할 것처럼 보였던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금 ‘작지만 강한 서비스’가 설 자리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하는 전문 서비스, 이른바 ‘버티컬 플랫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가령 금융업계에서도 종합 플랫폼보다 특정 기능에 특화된 서비스가 경쟁력을 보인다. 투자, 보험, 대출 등 세부 영역에서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 콘텐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짧은 영상, 특정 취향 기반 커뮤니티, 전문지식 플랫폼 등 세분화된 서비스가 사용자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즉, 중요한 것은 깊이다. 과거에는 기능의 폭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특정 영역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용자 이해도와 데이터 활용 능력까지 포함한다. 작은 서비스라도 사용자 문제를 정확히 해결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분화가 곧 슈퍼앱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형 플랫폼은 강력한 진입 장벽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사용자는 더 이상 하나의 플랫폼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언제든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는 플랫폼 간 경쟁 방식도 달라진다. 단순히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보다 특정 기능에서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동시에 API 연동과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개방형 생태계가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하나의 앱이 모든 것을 제공하기보다 여러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플랫폼 전략은 ‘통합’에서 ‘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대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조합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피로감은 위기이자 기회다. 거대 슈퍼앱은 구조를 재정비해야 하는 도전이지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거대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창이 열린 셈이다. 이제 모든 것을 하려는 순간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하나를 제대로 하면, 그 하나가 시장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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