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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암표방지법 시행, 표 구하기 쉬워질까

얼마 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수를 다녀왔다. 대구에서 여수까지 오가는 시간에 공연 관람까지 더하면 거의 하루를 할애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악을 현장에서 듣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함보다는 행복한 마음이 더 컸다.

[데스크칼럼] 암표방지법 시행, 표 구하기 쉬워질까

배수경 뉴미디어부장

얼마 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수를 다녀왔다. 대구에서 여수까지 오가는 시간에 공연 관람까지 더하면 거의 하루를 할애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악을 현장에서 듣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함보다는 행복한 마음이 더 컸다. 누군가에게는 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 곳곳을 오가는 일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덕후에게는 이런 즐거움이 팍팍한 일상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공연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아티스트의 무대가, 스포츠 팬에게는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그렇다.

문제는 이런 즐거움을 누리려면 티켓 확보라는 관문을 먼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 가수의 공연이나 중요한 스포츠 경기는 예매창이 열리는 순간 몇초도 안돼 좌석배치도가 하얀 눈밭이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피켓팅’이다. ‘매진’이라는 글자를 보고 씁쓸한 마음으로 예매창을 빠져나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SNS나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이 붙은 티켓 판매글이 올라온다. 허탈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X(옛 트위터)를 보다가 이상한 공지를 발견했다. 대리티켓팅 계정들이 잇따라 계정 삭제 또는 비공개 전환을 알린 것이다. 갑자기 왜 계정을 닫는걸까.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8월 28일부터 이른바 ‘암표방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었던 것이다. 내심 대리티켓팅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티켓팅도 수월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생겼다.

‘암표방지법’은 새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암표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 내용을 편의상 부르는 말이다. 개정법은 재판매를 목적으로 보안조치를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등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매 과정을 우회 또는 방해해 티켓을 사는 ‘부정구매’와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구입가격보다 비싸게 티켓을 판매·알선하는 ‘부정판매’를 금지한다. 부정판매가 적발되면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부당이익은 몰수·추징할 수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됐다.

그런데 공지를 끝까지 읽어보니 계정을 삭제하더라도 기존 이용자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계속 문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골분들에 한해서 추후 연락주시면 대리티켓팅 진행”이라는 공지도 보였다. 공개 계정만 사라질 뿐 거래는 계속 이어질거라는 예고였다.

더 이상한 거래도 등장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한 야구선수의 사진을 12만 원에 판매하면서 ‘사은품’으로 경기 티켓 2장을 준다는 글과, 10만 원짜리 치킨 쿠폰을 사면 프로야구 경기 티켓을 ‘증정’한다는 글도 있었다. 이것이 암표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개정법 시행과 맞물려 또다른 거래 방식이 나타난 건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SNS에 “8월28일부터, 암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장관의 글을 인용해 “암표는 아주 잘 통하고 있습니다. 장관님”이라며 “암표가 생겨나는 구조부터 막아주십시오”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었다. 암표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처음부터 실제 관람할 사람이 먼저 표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최근 팬클럽 선예매를 해 본 적이 있다. 팬클럽 인증을 거치면 일반예매보다 먼저 티켓을 살 수 있어 표를 구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물론 본인 계정을 넘기는 등의 편법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실제 공연을 보려는 팬이 표를 구할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법적인 제재나 예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암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는 사람이 있는 한 파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티켓팅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거나 취소표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웃돈은 누군가 대신 들인 시간과 노력에 지불하는 비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법이 소용없는 것은 아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계정들이 문을 닫거나 비공개로 전환한 것만으로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규제가 강화될수록 거래 방식도 더 교묘해지는 만큼 제도의 허점을 계속 메우고 실제 관람객에게 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사는 사람의 선택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어떻게든 표를 구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그 간절함이 누군가의 불공정한 돈벌이를 키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암표방지법 시행이 ‘피켓팅’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공연과 경기를 정말 보고 싶은 사람에게 티켓 한 장이라도 더 돌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배수경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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