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경기도민을 이끌어갈 신임 경기도지사가 결정된다. 도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약속과 비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방대한 전력 소모와 용수 확보의 현실적 어려움,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일부 정치권과 타 지자체에서 제기한 ‘지방 이전론’은 소모적인 정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달콤한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나온 기업 측의 목소리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건물은 짓지 않았지만 다년간 인허가 등 절차가 진행돼 왔다”며 “비수도권으로 이전될 경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사업이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우수 인력의 이탈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람인’ 및 ‘잡코리아’가 2024년과 2025년 사이 진행한 ‘반도체·IT 엔지니어 근무지 선호도 조사’를 보면, 수도권 이외 지역(지방) 근무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80~85% 사이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핵심 엔지니어의 80% 이상이 “근무지 지방 이전 시 이직이나 퇴사 고려”라는 업계의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입사원 지원율 역시 현재의 5분의 1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의 부재에 대한 걱정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인력수급 동향 보고서에서 밝힌 “반도체 전문인력의 90% 이상이 수도권 거주를 희망한다”는 지표 또한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용인 반경 50km를 대한민국 반도체 인력의 심리적·물리적 마지노선이라 말한다. 서울대, 카이스트, 성균관대 등 20여 개 특성화 대학이 밀집, 연간 3천500여 명의 핵심 인재가 육성되고 있는가 하면, 국내 반도체 연구 인력의 80% 정도가 상주하고 있는 까닭이다.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이 화성에 ‘뉴 캠퍼스’를 짓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용인에 R&D센터를 짓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4조 원 이상을 투입한 상황에서 부지를 재선정한다면, 최대 40조 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여기에 7년 이상 계획이 지연될 경우 현재 7~8% 수준인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부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용인시민의 78.2%와 도민 58.6%가 반도체 산단 이전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했고, 연령대와 무관하게 “정치적 셈법은 안 된다”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전력과 용수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과반 이상(54.0%)이 이전 명분보다 ‘당초 계획 고수’를 촉구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경쟁국들은 하루가 다르게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부지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원활한 전력망과 용수 공급망 등 필수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할 수 있도록 규제의 빗장을 풀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한 후보는 평택과 용인을 중심으로 한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반도체의 심장으로 규정하며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수원·용인·성남·화성·안성·평택·오산·이천을 묶어 ‘수용성평오이’로 명명, 이 벨트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언급,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강소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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