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만 경북본부장
6·3 지방선거가 끝난지도 한달이 다 됐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보수의 심장이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역 정치의 주도권 역시 굳건히 지켜냈다. 특히 대구는 여당에서 가진 최고의 카드라는 김부겸 전 총리를 내고서도 석패했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변수들이 있었지만 결과는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지역사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승리의 환호보다 불안감에 가깝다.
선거 이후 수백조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정책이 발표됐고 AI 산업 투자 확대에서도 대구경북은 소부장 분야를 제외한 핵심 분야에서는 소외되는 분위기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비수도권 전체가 아닌 행정통합을 추진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집중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이번 정부에서는 어렵지 않겠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며, 행정통합은 물론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을 비롯한 지역 핵심 현안 전반에 대해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경험을 반복해 왔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 예산이 줄고 타지역보다 홀대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전국 최저라는 대구의 경제 성장률과 전국 최고라는 경북의 소멸지수는 이런 정치적 배척의 결과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결국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반드시 던져봐야 한다. 과연 우리는 정부·여당만 탓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대구 경북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가장 견고한 보수의 텃밭이었다. 정치권은 이를 너무나 잘 이용했다. 선거 때는 찾아와 지지를 호소했지만 선거만 끝나면 지역은 관심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같은 선택을 고집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독단을 막기 위해 대구경북이 나서야한다고 호소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선거 운동에 발벗고 나서면서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정당을 밀었다.
정말 안심해도 되는 승리일까?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전과 다른 변화의 흐름이 나타난다.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단체장 후보들의 득표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고 기초의회에서는 민주당 당선자가 상당수 배출됐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들이다. 특정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권은 이러한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반드시 쇠퇴한다. 기업, 국가도 그렇다.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영광과 지지율만 믿고 혁신을 게을리했던 수많은 정당들은 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보수정당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대구 경북의 시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이념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이다. 역사는 변화에 적응한 자가 살아남았다. 중국 한나라의 명장 한신은 젊은 시절 건달에게 모욕을 당했다. 칼을 뽑아 싸우거나 가랑이 밑을 기어가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그는 자존심보다 미래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결국 한신은 천하를 얻었다. 등소평 역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고 말했다. 이른바 백묘흑묘론이다. 중국은 이념보다 성과를 선택했고 그 결과 세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더 이상 보수와 진보가 선거의 아젠다로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을 살릴 능력이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게 만들 비전이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실력이다. 지방소멸을 막아낼 정책이다. 결국에는 도민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이 보수정당에 표를 준 것은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또 한번의 기대로 봐야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지지는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대구경북을 보수의 심장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그 심장이 뛰기 위해, 필요한 산업과 일자리, 청년 정책에는 얼마나 치열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언제까지 보수의 심장이라는 구호에 의존할 것인가? 대구경북의 정치권은 이제는 실력으로 답해야 한다. 밭을 탓할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도민들이 정치권에 부여한 명령이며,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보수의 심장은 과거가 만든 이름이지만, 미래는 오직 실력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김상만 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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