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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금융주 저평가 오명, 체질 바꿔줄 생산적 금융

등떠밀려 시작하긴 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반도체와 방산, 2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AI 등 국내 국가 전략산업 투자를 앞다퉈 선언했다. 변리사를 비롯한 전문가를 고용해 기술력을 평가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데스크칼럼] 금융주 저평가 오명, 체질 바꿔줄 생산적 금융

대형 금융지주 중심의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코스피 5000 돌파 국면을 맞아 은행주도 크게 올랐다고는 하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여전히 1배가 되지 못한다.

KB금융이 그나마 0.9배 수준이고,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모두 0.7배 안팎에 머물러 있다. 자산규모가 수백조에 이르는 회사들의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지금의 주가 수준은 말이 안된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20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다. KB금융이 5조8000억원, 신한과 하나는 각각 4조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도 3조원대의 순이익으로 회사를 살찌웠다. 이들 은행들은 지난해 거둔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올해 30조원이 넘는 배당 재원을 마련해 놓고 주주들을 유혹하고 있다.

엄청난 이익규모에 고배당, 여기에 주가마저 저평가 돼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새로운 진입기회라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장은 지금의 자산가치보다 미래의 성장가치에 더 주목하는 법이다. 국내 금융지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건, 이들 은행의 성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이자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그들에겐 핵심 비즈니스였다. 주담대는 부실 위험이 극히 낮다. 가계 부채가 급증,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은 담보물만 처분해 원금을 회수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만 5대 금융지주(NH농협 포함)가 벌어들인 이자이익만 51조원이다.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는 결국 국내 대형은행들이 이자와 수수료 외에 별다른 비즈니스모델이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리를 올리거나 낮추고, 또 대출금액을 풀었다 조이는 방식이 그동안 은행의 영업 방정식이었다. 당연히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은 담보 위주의 저위험·저수익 영업을, 차주의 성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투자로 본격 전환하라는 신호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로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은행은 위험을 기꺼이 떠안야 하겠지만, 대신 차주의 성공 과실을 함께 향유할 수 있다.

등떠밀려 시작하긴 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반도체와 방산, 2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AI 등 국내 국가 전략산업 투자를 앞다퉈 선언했다. 변리사를 비롯한 전문가를 고용해 기술력을 평가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떠받칠 전용 펀드 운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다. 담보 중심이 아니라 기술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가치 평가를 해야 하다보니 고도의 여신 심사 작업이 필수다. 산업별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효율적인 투자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수준의 프로세스로는 어림도 없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중심의 경제구조를 미래산업 중심으로 바꾸는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의 시발점이다. 은행들은 과거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 청년층 등 부실차주 지원 등을 금융이라 이름 붙이며 생색냈던 수준에서 확실한 결별을 해야 한다.

각 금융지주 수장들은 우리 산업의 성장경로를 다시금 개척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직위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금융주가 만년 저평가주 오명을 벗는 길이다.

손희동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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