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감 대비 방대한 자료 요구
집행부와 소모적 정쟁에 그치지 말고
시정 오류 바로잡는 감시·견제 기대
▲ 전상헌 정경부장
‘지방의회의 꽃’이자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는 행정사무감사 시즌이 다가왔다. 울산시의회는 다가오는 11월, 제9대 울산시의회 출범 후 처음으로 시 집행부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한다. 지난 9월부터 시민제보방을 대폭 확대 운영하며 풀뿌리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채비에 나선 시의회의 움직임에 지역사회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보이지만, 올여름과 초가을 사이 펼쳐진 일련의 정치적·행정적 격랑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감사는 예년과 결이 확연히 다르다. 역대 최대 규모인 2141건이라는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벼르고 있는 시의회의 움직임은 지난해와 비교해 단순히 건수만 채우는 형식적 감사를 넘어 질적 내실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주목받는 결정적 이유는 단순히 ‘제9대 의회 첫 감사’라는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울산시와 울산시의회는 조례 제정과 조직개편, 주요 시정 운영 방향,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예산 삭감 문제 등에서 정면충돌하며 적지 않은 갈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이같은 대립 양상은 때로는 소모적인 공방으로 비치기도 했고, 집행부 수장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공방과 시의회 내부의 진통까지 겹치면서 양 기관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론전으로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의회의 미숙함이나 단순한 시행착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 듯 하지만 본질적 진단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행정과 입법은 태생적으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양면성을 지닌다. 그동안 시의회가 집행부와 대립한 것을 단순한 능력 부족이나 여소야대의 수적 우위가 아닌,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울산시 행정을 올바른 길로 바로잡으려는 치열한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물일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집행부와의 갈등과 대립이 감정적인 앙금이나 소모적 정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각은 오히려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의 허를 찌르고 정책의 오류를 바로잡는 가장 날카롭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승화돼야 한다.
마침 여소야대 지형 속에서 출범한 제9대 시의회는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분수령을 맞이했다. 초선의원들의 패기와 재선 이상 의원들의 노련함이 결합된 데다, 벌써부터 현장 점검과 예산 내역 분석에 몰두하는 의원들의 행보는 이번 감사가 ‘겉핥기식’이나 ‘호통치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다.
이들이 방대한 행정 자료 속에서 예산 낭비 요인과 행정 지연 사례를 날카롭게 도려내기 위해 직원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분석에 매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집행부를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도출해 내는 원동력이 된다.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를 단순히 흠집 내기 위한 정쟁의 장이 아니라, 울산시의 행정이 110만 울산시민의 복리와 미래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민주주의의 거울이다. 집행부 역시 시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와 지적을 발목 잡기나 소모적 트집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시정의 과오를 바로잡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제9대 울산시의회가 지난날의 진통과 갈등을 딛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더욱 치밀하고 성숙해진 감사의 진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단순히 과거의 시정을 짚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울산시의회의 의정 역량을 명확히 증명하며 한 단계 성숙한 지방자치의 지평을 여는 역사적인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가올 11월, 울산시의회 각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나오는 매서운 목소리 하나하나가 울산의 더 나은 내일을 여는 든든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전상헌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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