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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 칼럼] 트럼프와 부정선거론

미국 독립기념일은 미국이 독립한 날이 아니다.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날이다. 영국의 왕권에서 해방된 국민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의 이 선언서는 미국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자 근대 대의제 민주주의의 시발로 평가된다.

[데스크 칼럼] 트럼프와 부정선거론

미국 독립기념일은 미국이 독립한 날이 아니다.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날이다. 영국의 왕권에서 해방된 국민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의 이 선언서는 미국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자 근대 대의제 민주주의의 시발로 평가된다.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연설을 통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가장 오랜 민주 전통을 지닌 국가의 지도자가 선거로 확립된 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내용이었다. 부정선거론이 준동하는 한국에서도 가벼이 볼 수 없다.

한국 일부와 닮은 논리 구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전체적인 구조에서 한국의 부정선거론과 닮았다.

우선 중국 배후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억2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유권자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부정선거론자도 중국이 부정선거를 통해 친중 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말한다.

양쪽 다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광범위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배후세력이 증거를 철저히 숨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한국 선거관리위원회부터 미국 정보기관까지 장악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정선거론자에게 증거가 없다는 것은 배후세력의 치밀함을 방증할 뿐이란 주장이다. 선거 행정의 미비를 적극적인 조작 시도로 간주하는 침소봉대도 저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유권자 등록을 한 뒤 투표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주민등록증 등을 통한 본인 확인이 어려운 미국에서 이 같은 부정 등록 사례는 있었지만, 투표 행위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 등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투표용지 뭉치가 곧바로 부정선거의 물증으로 둔갑한다.

제도 개선으로 대응해야

트럼프의 연설 직후 나온 미국 주요 매체의 분석 기사에는 부정선거론을 반박하는 각종 논리와 근거가 집대성돼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부정선거 주장은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패배한 것이 아니다”는 트럼프식 고집의 또 다른 버전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런 논증만으로 부정선거론의 망령을 물리칠 수는 없다. 지난달 지방선거의 투표지 부족 사태와 올림픽공원 집회 등을 거치며 한국에서 부정선거론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정치적 이해에 따라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랬고, 김어준 씨가 그랬듯이 말이다.

부정선거론은 민주 권력의 정당성을 흔든다는 점에서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십 년간 선거제도 변화는 투표율 확대를 위한 유권자 편의 높이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미국의 우편투표와 한국의 사전투표가 그렇다. 우편투표가 대리투표에 취약하고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 선거 기간 마지막 1주일의 이슈가 사전투표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 등은 무시돼 왔다.

작은 것이라도 방치하면 50년 뒤 미국 독립기념일 300주년의 불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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