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간선거를 앞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낮다. 무역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터져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보니 예측시장 칼시에서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할 확률이 90%를 넘고, 상원까지 차지할 확률도 60%를 웃돈다.
초과 세수, 현명하게 쓰려면
여러 실정과 논란 속에서도 조용히 호평받는 정책이 있다. 바로 ‘트럼프 어카운트(Trump Account)’다.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투자 계좌로, 미국 정부가 초기 종잣돈(1000달러)을 지원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도록 한 제도다. 한 번 돈을 뿌리고 마는 일회성 복지 정책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장기 투자를 통해 복리효과를 누리도록 설계됐으며, 18세가 될 때까지 원칙적으로 인출이 금지된다.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을 돕는 동시에 출산 장려와 증시 부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계좌의 취지에 공감한 부유층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델, 일론 머스크, 레이 달리오 등은 자신의 기업 주식이나 재산을 트럼프 어카운트에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주도 복지를 넘어 자본주의적 선순환과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는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전례 없는 초과 세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 돈을 어떻게 쓸지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미래 세대를 위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가 지난달 말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하겠다”며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가칭)을 신설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국회 심의 없이 쓸 수 있는 기금 특성상 정권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AI 반도체 호황은 1980년대 말 ‘3저 호황’ 이후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그러나 3~4년 만에 막을 내린 ‘3저 호황’처럼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초과 세수를 당장의 경기 부양이나 소모성 복지 등 일회성 지출에 퍼붓기보다는 재투자의 과실이 국내 경제에 뿌리내리도록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판 트럼프 어카운트' 만들자
그런 의미에서 ‘한국판 트럼프 어카운트’를 만들면 어떨까. 초과 세수 일부분을 어린이의 장기 투자 계좌에 적립해주고, 이를 국내 증시 우량주나 코스피지수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젊은 세대는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빨리 마련하게 되고, 높은 변동성에 시달려온 한국 증시도 안정적 장기 투자 자금 유입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저출생 개선, 기부 문화 확산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에는 무리하거나 모순된 게 적지 않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자산 형성을 돕고 증시 체질을 개선하려는 트럼프 어카운트 아이디어는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 100조원의 초과 세수가 선물처럼 주어진 지금, 그 일부를 어린이의 미래 자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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