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이익 기대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적신호
노조위원장, "파업 땐 생산 절반 차질, 5조 손실"협박
반도체 왕좌는 불변 아니다...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2026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18일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1200여명의 주주들이 찾은 올해 주총은 '축제의 장'과 같았다. 질의 시간에 발언 기회를 가진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경영성과와 주주 이익에 뜨거운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날,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5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성과금 산정 기준 투명화, 성과금 상한 폐지, 7% 임금 인상 등이다.
파업 소식이 전해진 현장의 공기는 주주총회와는 사뭇 달랐다. 노조 본부는 파업 불참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까지 시사하며 직원들을 파업으로 몰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쟁의행위 추진 과정에서 파업에 불참한 직원들의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배·해고의 우선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파업 기간 동안 회사에 협조적인 직원을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할 방침이다.
파업 참여는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야 하는 사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파업 참여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회사에 협조하는 직원을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포상하겠다는 발상은 노동권 보호라는 노조의 본래 목적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기모순적 행동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 수단‘이지, 내부 강제력 행사를 위해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다.
'5조 손실' 경고하며 총파업 결의...평택 공장 생산량 절반 차질
무엇보다 이번 노조 총파업의 가장 큰 문제는 올해 영업이익 200조원이 기대되는 반도체 생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평택 공장 생산량의 절반이 파업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은 "18일간 파업을 벌일 경우 손실이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반도체 품귀로 경쟁사들은 앞다퉈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중국의 일부 범용 반도체까지 사들이는 마당에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경쟁사에 반사이익으로 직결된다.
반도체 강국의 자리는 늘 주인이 바뀌어 왔다. 트랜지스터 개발로 반도체 시대를 개막한 미국은 저가 공세와 장인정신의 품질을 앞세운 일본에게 메모리 반도체의 왕좌를 내줬다.
1987년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이에 미국은 미·일 반도체 협정, 슈퍼301조 등 통상 압박과 인텔의 혁신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그 결과 일본의 점유율은 20%까지 떨어졌다. 불과 10년 만의 일이었다.
이어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메모리 집중 전략과 차세대 D램 표준 경쟁, 대규모 투자에 밀려, 2012년 세계 3위 업체(엘피다)가 도산하는 등 일본 기업들은 결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철수한다.
△ 업계 최고 속도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4E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수성과 위협의 갈림길에 있는 한국 반도체 왕좌
메모리 반도체 경쟁은 흔히 '치킨 게임'으로 묘사된다. 막대한 설비 투자가 선행되는 산업의 특성상, 증설 경쟁이 시작되면 어느 한쪽이 물러서기 전까지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이 반복되는 구조다.
유례없는 AI 수혜로 인한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 반도체 투자 제한과 Chip4 협력 등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IT기업들은 수급 불안 속에서 중국산 범용 반도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 반도체 펀드를 통해 그 동안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했고 앞으로도 180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를 3~4년으로 평가한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공대 선호로 키운 젊은 인력, 막대한 자본 투입, 초저가 공세로 '반도체 1위는 시간 문제'일뿐이라고 자평한다. 세계반도체산업협회는(SIA)는 2030년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소니, 도요타, NTT, 소프트뱅크 등이 합작한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해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점유율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인 TSMC의 독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약 7%지만 매출액은 17조원에 달한다. 주력이 아니라도 내줄 수 없긴 마찬가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당시,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으로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D램 가격은 70% 이상 하락하고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60% 이상 급감했다.
작금의 상황도 미국-이란 전쟁 여파와 유가 상승으로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올해의 반도체 호황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미국이 일본에게, 일본이 다시 한국에게 자리를 내어 줬듯이 반도체 산업의 왕좌는 불변이 아니다.
삼성전자란 둥지를 깨트리면 알도 온전할 수 없다
삼국지 고사 중 복소무완(覆巢無完)이란 일화가 나온다. 권력자 조조를 비판한 유학자 공융이 처형을 당하자, 지인들은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한다.
이에 공융의 아들은 "큰 둥지가 뒤집히면 그 아래 알이 어찌 온전하겠습니까(覆巢之下 安有完卵)"라고 답한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아니 대한민국 경제의 큰 둥지는 삼성전자다. 지금 중국·일본 등 글로벌 경쟁국들은 '반도체에 국운을 걸고' 둥지를 위협하고 있다.
눈앞의 이득을 위해 둥지를 무너뜨리는 건 아닌지 총파업에 나선 노조에게 묻고 싶다.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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