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사이클 산업...끝 없는 축제 아니다
노조 파업, 수십조원 피해보다 '고객사 신뢰 상실' 타격
복지 국가 핀란드, 노키아 몰락에 국가적 어려움 겪어
· 삼성전자 나홀로 반도체 한파... 영업익 10조원 고지 무너졌다 _ 2024.10
· 韓 기업사 '신기원' 연 삼성전자...1분기 '매출 133조·영업이익 57조’_2026.4
상기 두 기사는 모두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을 다룬 보도다. 첫번째 기사는 삼성전자가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9조1천억원을 기록한 보도다.
당시 삼성전자는 AI 전환에 부응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늦어지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맥을 못 추었다.
그로부터 1년 반 만에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57조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왕좌에 복귀했다.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극명한 두 기사의 제목이 보여주는 사실은 반도체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란 점이다. 1950년대에 개막한 반도체 산업은 <수요 증가 → 공급 과잉 → 가격 하락 → 투자 축소 → 공급 부족 → 다시 수요 증가>를 계속 반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왕좌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왔다. 지금은 중국이 천문학적 자본력과 수많은 공대 인력으로 무장하고 심지어 상습적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며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현재의 공급 부족, 즉 메모리 수급 불균형은 2027년 정점을 찍고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화려한 '오늘'은 끝나지 않는 축제가 아니다.
노조 파업으로 수십조원 피해보다 치명적인 '고객사 신뢰 상실' 발생
국내 삼성전자 주주는 약 461만명에 달해 '국민주'로도 불린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삼성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461만명이 주주로 탑승한 삼성전자란 거대한 범선이 좌초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근로자 중 58%가 참여한 4만명의 노조가 오는 5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의 조직률은 80%에 달한다.
노조의 총파업은 비단 사측과 주주들뿐 아니라 노조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십조원의 생산 차질 피해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고객사들의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한 세미나에서 밝혔다. 그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 매출 감소 등 '보이는 비용' 보다 신뢰 약화, 투자 연기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장기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면 올해를 빛냈던 삼성전자의 영광은 과거가 될 수 있다. 이 결과는 수많은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다. 동시에 노조 역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가른 과오로 자책하게 될 것이다.
△ 삼성전자 노조 집회 현장 + ChatGPT 제작 이미지 합성
국가 경제 흔든 '노키아의 몰락' 잊지 말아야
첨단 산업은 하루가 빠르게 변하며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한 때 삼성전자처럼 국가 경제를 책임졌지만 경쟁에서 뒤처져 패권을 잃은 대표적 기업은 핀란드의 '노키아(Nokia)'가 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007년 경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과 법인세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헬싱키(핀란드) 증시에서 비중은 30%가 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수준의 국가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노키아의 몰락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종이산업 부진이 겹치면서 북유럽 복지 국가였던 핀란드는 새로운 '유럽의 병자'라고 불렸다.
2014년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고 한 때 13만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는 현재 8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5만명에 가까운 핀란드 국민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도 곱씹어볼 사례다. 직원 개개인의 이윤 추구를 넘어 내가 탄 삼성전자란 거대한 범선이 세계의 패자가 될지, 병자가 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핀란드의 사례를 볼 때 삼성전자의 침체는 곧 '세수의 감소요, 국민 복지의 위축'이다. 국민의 경제적 행복은 당연히 그 국가의 산업 경쟁력에서 나온다. 전세계가 부러워 하는 국내 기업이 과거의 향수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