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심승수 부장
반도체 ‘AI 슈퍼 사이클’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역대급 성과급이 예고되면서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편에서는 ‘로또급’ 보상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에 은행권처럼 ‘생산적 사회 환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흔히 금융권에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수익은 기업 이윤과 별개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이에 정부는 금융 소비자를 위한 ‘포용 금융’을 은행권에 알게 모르게 압박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대기업의 ‘이익 독식’에 대해서는 기업 이윤을 해당 기업의 임직원인 모두 가져가는 데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할 경우 임직원 1인당 평균 10억 원에서 최대 13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메모리 영업이익의 10~15%(45조원)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반도체(DS)부문 직원(약 7만7000명) 1인당 평균 성과급은 5억8000만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11조1000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규모다. 개인투자자들과 온라인에선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AI 슈퍼사이클에 겨우 올라탔는데, 번 돈의 15%를 통째로 보너스로 달라고 요구하는 건 투자, 배당 다 접고 노조 복지공사를 하라는 수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가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 산업이 살아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증시 활황과 반도체 호황에 파격적인 보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업계 논리와 여론이 느끼는 이질적인 성과급 규모에 우리 사회는 ‘상생’ 담론을 살며시 꺼내기도 한다.
‘반도체 투톱’의 노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 은행권을 향한 사회적 비난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는 정부와 정치권의 ‘포용 금융’ 압박에 수조 원대의 상생 패키지를 내놓으며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 수익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고, 반도체 기업의 수익은 철저히 '사적 전유물' 일까. 냉정히 따져보면 반도체 산업 역시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그리고 범국가적인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등 국민적 합의와 자원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금융 수익이 공공재라면, 국가 전략 산업의 초과이익 역시 일정 부분 사회적 공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대기업의 이익의 상당 부분은 주주 배당과 내부 임직원의 성과급 파티로 흡수되는 상황을 일부에서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박탈감과 상생 기금 형태의 금융권에만 강요되는 구조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제조 기업에 이익 공유를 강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상존한다.
결국 ‘횡재세’ 논의가 나올 만큼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특정 산업의 이익이 오롯이 내부 구성원에게만 돌아갈 때, 우리 사회가 지탱해온 공동체적 연대는 힘을 잃을수도 있다. 은행의 이자 수익에 ‘상생의 멍에’를 씌웠던 잣대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빗대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익 공통분모에 포함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오늘경제 심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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