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명에서 주식에 대한 가장 중요한 사실: 주식은 싸다. (The single most important fact about stocks at the dawn of the twenty-first century: They are cheap.)"
1999년 10월 미국의 경제학자 케빈 해셋과 칼럼니스트 제임스 글래스먼은 '다우 36,000'을 펴내며 다우지수가 3~5년 내 4배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현재의 역동적 환경에서, 경제 성장을 훼손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출현, 또는 잠재적 출현에 특히 경계해야 함을 인식한다. (The Committee recognizes that in the current dynamic environment it must be especially alert to the emergence, or potential emergence, of inflationary forces that could undermine economic growth.)"
1999년 6월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보험적 성격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후 나스닥은 2000년 3월까지 9개월 만에 약 86% 오른 5048포인트(p),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2% 상승한 1552p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도 2000년 1월 사상 최고치(1만1750p)를 기록했다.
2000년 5월까지 FOMC가 기준금리를 4.75%에서 6차례에 걸쳐 6.5%까지 인상하자 나스닥은 고점 대비 약 34% 급락(3321p)했다. 다만 S&P500과 다우는 각각 9%, 11% 하락해 상대적으로 잘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기술주의 거품이 빠지는 가운데, 시장 전체로 보면 조정 수준이라고 인식했다. 실제로 2000년 7~8월 나스닥이 4200선까지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가 돌아왔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비슷한 시기 다우와 S&P500이 전 고점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하지만 2000년 가을 이후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이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2001년 9/11 사태까지 겪은 증시는 2002년 10월까지 2년에 걸쳐 나스닥에서만 78%, S&P500에서는 49%가 증발했다. 다우도 38% 내렸다.
이들 지수가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다우는 6년 9개월, 나스닥은 15년 1개월, S&P500은 13년이 걸렸다.
2026년 5월 15일 코스피 지수는 AI 반도체 호실적을 토대로 사상 처음 8000p를 넘어섰다. 올해만 90.95%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37조6100억원으로 높아진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149.17%, SK하이닉스는 209.97% 급등했다. 반도체 톱2 기업이 증시 상승의 대부분을 견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를 토대로 목표주가를 계속 상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는 삼성전자에 대해 59만원, SK하이닉스는 40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현재 주가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 상향으로 이어져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가 기존 7500~8000에서 1만~1만1000으로 조정됐다.
국내 증권사들도 연일 목표가를 높여 부르기 바쁘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를 57만원, SK하이닉스는 380만원으로 올려놨다.
반면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80여일째 이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길인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글로벌 각국이 비축유를 풀고 있지만 향후 다시 채워야 하는 수요를 고려하면 유가 하방은 막혀 있다.
더군다나 미국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내수용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막아 세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내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22일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가 기준금리를 12월까지 0.25%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42.0%나 된다. 0.5%p 인상도 16.6%를 차지했고, 이를 넘어 1.0%p 인상한다는 전망도 소수(0.2%)지만 존재한다.
연준이 가만히 있는데도 이미 모기지·회사채 등 시장 내 채권 금리는 오르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197%까지 올라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미국 IT 버블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근거로 "이제는 자신감 있게 사면 죽을 수도 있다"며 "하반기는 분명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랠리가 지금 바로 끝난다는 얘기가 아니다. 끝은 항상 좋을 때 온다.
역사 속에서 시장은 시차를 두고 반토막 난 영수증을 투자자들에게 내밀었다. 국내 증시는 미국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른 만큼 미리 주의하지 않는다면 영수증이 날아들었을 때 그 충격도 배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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