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더 보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4년 전, 위탁가정을 나온 자립준비청년 박종호 씨는, 스타트업 대표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이후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지만, 위탁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박종호/자립준비청년...

[더 보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44살의 가정주부인 강옥희 씨는 딸이 5명이나 됩니다. 이 중 5살에서 7살까지의, 네 딸은 임시로 맡아 키우는 아이들입니다.

박세훈/한국수양부모협회 사무국장

소외되는 아이들을, 이런 아이들이 가족을 알고 가정을 알려주기 위해서 일반 가정에서 정상아로 성장을 시키자 하는 그런 취지로.

당시엔 이들을 수양부모와 수양딸, 수양아들이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시범사업을 거쳐 정식으로 도입된 지 24년째인 가정 위탁 제도.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현실에 맞지 않는 미흡한 지원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선욱 /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정 기반 보호가 중요하다’라고 구호를 외치는데 현실은 그걸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상황.”

친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울타리’를 KBS가 찾아가 봤습니다.

장난감이 한가득인 집 안,

박채경/위탁모

여기가 우리 첫째가 좋아하는 장난감 궁금하시죠?

(공룡인가요?)

첫째가 공룡을 엄청나게 좋아해요. 공룡 이름도 저보다 더 많이 알아요.

이곳에서 아이들과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박채경/위탁모

(아침에) 제가 살짝 빠져나오면 벌써 일어나서 아이들이 지금 계단을 잘 다니거든요. 이렇게 내려와서 ‘엄마’하고 소리 질러요.

장난감의 주인은, 모두 2명. 4살 민영(가명)이와 3살 민우(가명)입니다.

박채경/위탁모

첫째는 지금 여자아이고요 우리 나이로 4살 됐고요. 엄청 귀여운 천사 같은 아이예요. 그리고 둘째는 우리 나이로 세 살 됐고 남자아이고, 엄청 개구쟁이 남자아이랍니다

평범한 가정의 행복한 일상. 특별한 점이라면, 민영(가명)이와 민우(가명)가 ‘위탁아동’이라는 겁니다. 친자녀 3명은 모두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3년 전부터 두 아이가 차례로 채워줬습니다.

박채경/위탁모

남편하고 식탁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 빈방이 있는데, 이런 식탁의 빈자리를 보호대상아동에게 이렇게 내어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둘이 공통적으로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50대가 되며 새로 시작한 육아에 몸이 고되기도 하지만, 기쁨이 더 크다고 합니다.

박채경/위탁모

요즘에는 육아법도 세대에 맞게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도 제가 배워야 했고 제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거 이게 좀 힘들긴 했었지만, 또 아이와 보내면서 아이가 성장하면서 저도 같이 성장하면서 기쁜 일이 더 많더라고요.

친자녀와 구분이 없을 정도로 이미 한 가족이 됐습니다.

박채경/위탁모

아이들이 친자녀가 아니니까 혹시 ‘위탁 부모가 아이들에게 소홀하지 않을까, 친자녀하고 차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시는데 막상 키워보면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이 안 되고 저는 오히려 그냥 이 아이가 내 아이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정위탁 제도는, 보호대상아동의 보금자리 중 하나로, 2003년 공식 도입됐습니다.

보호대상아동은, 친부모의 사망이나 학대, 경제적 위기 등으로 가정에서 더 이상 안전하게 지내기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평균 2천여 명의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합니다. 이 아이들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 또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시설보다 가정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특히 영유아나 아동기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의 하나는 주양육자와 얼마나 안정된 애착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시설 보호에서는 집단생활을 해야 하고 또 교대 근무하는 특성 때문에 한 사람과 의미 있는 지속적인 애착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보호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라는 겁니다.

정선욱 /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명의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 아이는 어떤 것들로 지금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찬찬히 살필 수 있으니까 가정 기반 보호라고 하는 가정 위탁이 아이들한테는 너무 중요하다

위탁가정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정됩니다. 가정환경과 범죄 경력 등을 검토하는데, 보호대상아동과의 적합성을 고려해 최종 연결됩니다.

이상돈 / 초록우산 복지사업본부장

우선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합니다. 아동의 연령, 아동의 학대 여부, 장애 여부, 성별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그 아이가 생활하기에 적합한 위탁가정이 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시설 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가능한 모든 아동의 가정 기반 양육을 지원하라’고 권고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전환 작업은 여전히 더딥니다. 국내 가정 보호율은 42%로, 미국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특히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내 위탁가정 수는 7천6백여 가구. 지난 8년 동안 20% 넘게 줄었습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가족 문화 자체가 좀 혈연 중심’이라는 부분이 큽니다. 그래서 아직은 사회적으로 볼 때 다양한 가족에 대한 경계심이나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탁가정으로서 내가 부모가 돼 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일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림책 수업을 하는 이보연 씨는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수업을 하다가 막내 ‘연수(가명)’를 만났습니다.

이보연/위탁모

뭔가 특별했어요. 막내를 봤을 때 제가 맨 처음에 이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놀랐거든요. 너무 작고 마르고 왜소해서 어느 날 제가 그냥 막 우는 아이를 꼭 안고 ‘괜찮아, 괜찮아’ 했는데 딱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남편과 상의 끝에 가정위탁을 시작한 지 벌써 4년. 세 살이었던 연수는 벌써 일곱 살이 됐습니다.

이보연 씨의 자녀는 모두 4명. 둘째는 입양, 셋째와 넷째는 위탁아동입니다. 2년 전 식구가 된 셋째는 올해 대학에 들어가며 독립했습니다. 지금은 둘째, 넷째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보연 / 위탁모

저희 가정 안에 아이들은 혈육을 떠나서 저희 가족은 관계 안에서 정말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거를 제가 목격해요.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행복과 별개로, 여전히 낮은 사회적 인지도에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조사 결과 가정위탁 제도가 뭔지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이보연/위탁모

공무원들조차 위탁제도를 잘 몰라서 제가 주민센터에 갈 때에는 너무 모르니까 저만 가면 두세 분들이 모여서 회의해야 해요.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거는 어떤 상황에 맞는 거지’ 하면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좀 번거롭고 불편하고 속상할 때가 있기도 하고요

위탁가정에는 지급되는 양육보조금은 미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지자체가 담당하다 보니 그마저도 금액이 다른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곳은, 4곳뿐입니다.

이보연/위탁모

주변에서 중고등학교 아이 위탁을 하는 어머님 아버님 얘기만 들어봐도 이 돈 자체가 그냥 학원비로 다 들어가서 아이의 옷값이나 핸드폰 요금이나 그 외 기타 모든 생활비는 오롯이 다 위탁 부모님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하소연을 좀 많이 들었어요.

정선욱 /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가가 지원하는 권고하는 그 금액이라고 하는 게 거의 최저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 최저 기준이 적정 기준도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최저라고 하는 기준을 맞추고 있지 못하다라고 하면은

현재로선 위탁부모의 지위가 불안정한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은 위탁부모가 의료나 행정 처리 등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돼 있어, 법정 대리권이 없다 보니 매 순간이 장벽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필요한 의료, 금융 등 행정 절차에 위탁부모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박채경/위탁모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수술했을 때 이럴 때 동의서 같은 게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위탁 부모들은 자격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친부모님들이 (동의를) 해주셔야 하는데,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친부모님이나 아니면 연락이 안 닿는다거나 이러면 정말 중요한 위급한 순간에 아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정부는 지난해 말 3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가정 위탁을 국가 주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역별로 다른 양육보조금 등을 통일하겠다는 겁니다. 또, 다음 달(6월)부터는 위탁 부모에게 최대 1년간 ‘임시 후견인’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친부모 동의 없이 병원 치료나 휴대전화 개통 등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아동 배치에 있어서도 기존에 지역별로 (권한이) 나뉘어져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던 지역들이 있어요. 위탁가정 수가 제한적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은 지자체별 칸막이를 해소해서 아동들이 좀 더 많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위탁 아동은 위탁가정에서 평생 머물지 않습니다. 18살이 되면,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돼 독립하게 됩니다. 4년 전, 위탁가정을 나온 자립준비청년 박종호 씨는, 스타트업 대표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이후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지만, 위탁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박종호/자립준비청년

누군가가 책임져주고 누군가가 해결을 해주니까 ‘안 될 거다. 더 심각해질 거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보호자가 돌볼 수 없는 아동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가정 위탁이었습니다.

이주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어린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어린 시절에 자전거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는데 자기를 돌봐주시던 위탁 부모님이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막 뛰어와서 자전거 운전자를 향해서 굉장히 소리를 치고 야단을 쳤던 그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에게 아주 든든한 울타리이고 ‘나의 지지자가 있다’는 정서적인 지지목이자 버팀목이 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정 위탁은, 국가의 역할을 민간 가정이 대신 맡고 있는 셈입니다.

정선욱 /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친부모랑 같이 사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일시적으로 어렵다면 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사랑받고 사랑하는 이런 감정을 가지면서 생활할 수 있고 이게 이제 아이들이 컸을 때 자아 존중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거든요

최종 목표는, 위탁 아동이 원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위탁부모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국가는 친부모에 대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원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 여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상돈 / 초록우산 복지사업본부장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구호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조금 더 발전돼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원가정에서 잘 성장하든 혹은 위탁가정에서 잘 성장하든 그것들이 잘 이뤄졌으면 하는 게 현장 실무자로서는 가장 큰 바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어난 모든 아이를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하는 시대. 그 마지막 울타리를,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가야 합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