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경 옥현중학교 교사
며칠 전 2026년 울산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창작 댄스대회에 학생들을 인솔해 다녀왔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댄스부 학생들이 참가해 1, 2, 3위의 순위를 다투는 명실상부한 지역 내 정식 대회였다. 몇 개월 동안 아침 일찍,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을 쪼개가며 땀과 노력으로 안무를 완성해 온 아이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인솔 교사인 나의 마음도 기대와 걱정으로 부풀어 있었다. 저마다 안무와 노래에 어울리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마친 채 리허설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사회자의 안전교육과 유의사항 안내가 이어질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여느 엄숙한 대회장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무대의 막이 오르면서 내가 알고 있던 '대회'의 풍경은 완전히 깨어지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고 간단한 퀴즈로 분위기를 돋우자, 대회장은 순식간에 열띤 환호로 가득 찼다.
가장 신선한 충격은 다른 학교의 무대가 펼쳐질 때였다. 경쟁 상대의 무대라고 해서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거나 방해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는 "힘내!" "화이팅!"과 같은 다정한 격려가 장내를 채웠고, 무대가 끝난 후에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연이 모두 끝나고 심사 집계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사회자의 주도로 즉석 댄스 배틀까지 열렸다. 승패를 다투는 긴장감 대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참가자가 하나 되어 경연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결과 발표의 순간마저 예상을 벗어났다. 수상 학교의 이름이 불릴 때 다른 학교 학생들은 질투나 아쉬움 대신 진심 어린 축하의 함성을 질러주었다. "너희 학교 진짜 잘하더라!""너희가 수상할 줄 알았어!"라는 따뜻한 덕담이 오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기존 대회의 정석이란 엄숙함이었다. 내 순서가 오기 전까지 서늘한 긴장감 속에서 긴장하고,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다른 팀의 실력을 경계하며 '우리가 저 팀보다는 잘했겠지'라는 안도와 질투가 교차하는 곳이 대회장이 아니었던가. 나 자신이 흔히 말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승패를 넘어선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보다 즐거움이 훨씬 컸고, 내가 이기는 것보다 다 함께 멋진 무대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곳에는 1등을 한 특정 학생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무대에 오른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이 신선한 경험은 나에게 '경쟁 중심 교육에 대한 작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 왔는가? 타인을 넘어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승리 법칙인가, 아니면 타인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즐기는 법인가? 우리가 오랫동안 지나치게 경쟁과 결과만을 강조해 온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보게 된다. 승자 독식의 구조 속에서 정답만을 요구하는 경쟁 중심 교육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고립시키고 타인을 동반자가 아닌 배척해야 할 상대로 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날 창작 댄스대회에서 발견한 교육의 본질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다른 사람의 표현을 인정하고, 타인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승패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경기 과정 자체를 즐기고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문화,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참여와 즐거움 중심의 체육문화이자 교육의 진정한 본질이었다. 울산교육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조화롭게 성장하는 학생 역량 교육'이다. 지식의 양을 다투고 타인을 꺾어야 얻을 수 있는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지성·감성·신체·인성이 균형 있게 발달하고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이번 학교스포츠클럽 창작 댄스대회는 '조화로운 성장'이 교과서 속 아득한 구호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얼마든지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학교스포츠클럽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이기는 경험'을 넘어 '함께 즐기고 연대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이제 학교가 답할 차례다. 학교는 경쟁을 부추기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배움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줄 세우기와 결과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스포츠와 예술, 학업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적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김효경 옥현중학교 교사
김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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