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AV 양산 1호기 출고…무인기 체계 통합 역량 입증
MRO 기반 기술 축적…무인기·드론 사업으로 확장 가속
안두릴 협력·AI 무인기 공개…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사진=대한항공]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대한항공이 체계개발을 담당한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가 3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MUAV는 실시간 감시 정찰을 수행하는 전략 자산으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아래 대한항공·LIG D&A·한화시스템 등이 개발과 양산에 참여해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적 자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탑재된 주요 부품과 장비의 국산화율은 90%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성공적인 MUAV 양산 1호기 출고식과 함께 무인기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게 됐다. 중동·유럽 전장에서 보여준 드론의 약진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 변화와 글로벌 무인기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망도 밝다. 10일 업계에선 지상통제체계, 데이터링크, 탐지 센서, 항공전자 장비 등 다양한 하위 시스템을 하나의 운용 체계로 결합한 대한항공의 통합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방위사업청,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며 “MUAV 체계 종합 업체로서 공군 전력화 일정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방산 사업은 항공기 정비·운용(MRO)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부터 축적한 기체 구조, 시스템, 운항 데이터 기반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무인기와 방산 드론을 공략하고 있다.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미래 사업을 이끄는 핵심축이다.
현재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저피탐 무인편대기, 중고도 무인기, 자율 군집 비행 알고리즘, 무미익 제어,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무인기 군집전술 등 ‘소프트웨어 중심 전장’ 구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개방형 무인기 플랫폼 기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협력도 본격화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과 ‘자율형 무인기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추진되는 자율형 무인기 사업 협력과 안두릴의 아시아 생산 거점을 한국에 구축하는 방안 검토가 포함됐다. 이어 8월에는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인 항공기 분야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협력합의서(TA)를 체결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드론쇼코리아 2026’에서 대한항공은 안두릴과 공동 개발 중인 피지컬 AI 기반 아음속 무인기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AI 소형 다목적 무인기, 소형 타격 무인기, 통신중계 드론, 군집비행 기술 기반 MRO 등도 함께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무인기 체계 업체인 대한항공과 세계 최고의 AI 및 유·무인 복합 기술을 보유한 안두릴의 협력은 우리 군의 무인기 개발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드론·AI 기업 파블로항공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군집비행·자율비행·AI 비전 기술을 방산과 민수 분야에 접목해 단순 기체 공급을 넘어 통합 솔루션 구축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주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단정찰용 무인기 실전 배치와 전략무인정찰기 양산, 지작사급·사단급 무인기 추가 수주를 통해 국내 무인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왔다. 여기에 UH-60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약 9613억원, LIG넥스원 컨소시엄), 전자전기 체계 개조 사업(약 1조8000억원, LIG넥스원 컨소시엄), 항공통제기 사업(약 3조9000억원, 미국 방산 기업 L3해리 컨소시엄) 등 굵직한 방산 사업에도 참여하며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항공대 이윤철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이 수십 년간 항공기 정비·운항을 통해 기체 구조, 시스템, 고장 패턴, 운항 데이터를 심도 있게 축적해 왔다”며 “대한항공의 노하우는 무인기·방산 플랫폼 개발, 유지보수, 부품 제조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북대 장원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현 시점을 대한항공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호기’로 판단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여객 운항사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MRO 경험을 통해 비행체 전반에 대한 이해와 공급망 관리 역량을 축적해 왔다”며 “이를 무인기·방산 분야에 적용할 경우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방 예산 증가와 무인기 투자 확대라는 외부 환경과 기업 내부 전략이 맞물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방산 경쟁력을 두고 신중론을 제기한다. MRO 중심으로 성장해온 만큼 무인기 설계와 대규모 생산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다. 기술 축적과 생산 기반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계자는 “무인기 분야는 특정 기업 독점 구조가 아닌 경쟁 체제로, KAI 등 기존 업체 대비 대한항공의 기술력과 사업 추진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무인기 사업 성과를 단순히 기업 간 기술 경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LIG D&A 등 핵심 구성품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따라 사업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조합을 확보한 측면이 크다”며 “근본적인 체계 개발 역량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