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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출 대신 AI에 투자… 5대금융, ‘벤처캐피털화’ 가속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전통적인 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미래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출 대신 AI에 투자… 5대금융, ‘벤처캐피털화’ 가속

KB 1600억 딥테크 펀드 조성… AI·로봇 투자 확대

신한·하나, 스타트업 육성… 우리·NH, ‘VC 자회사’ 설립

예대마진 시대 저물고 모험자본 공급자로 역할 변화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전통적인 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미래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원은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대출 영업이었다. 하지만 성장 둔화,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기존 사업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5대 금융은 앞다퉈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약 1600억원 규모의 딥테크 펀드 조성에 나서며 AI·로보틱스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단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그룹 계열사와의 사업 협력을 연계해 기술 상용화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유망 기술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발굴을 넘어 그룹 계열사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VC 자회사를 전면에 내세워 모험자본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을 통해 핀테크를 넘어 AI, 딥테크 등 비금융 혁신 기업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농협금융 역시 VC 자회사인 ‘NH벤처투자’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딥테크 투자는 물론 농협의 정체성을 살린 애그리테크(Agri-tech·농업기술)와 푸드테크 분야 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NH오픈비즈니스허브’를 통해 금융과 첨단 농업을 아우르는 융복합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금융지주가 사실상 ‘정책형 벤처캐피털’ 역할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정부 정책금융기관이나 전문 VC가 담당하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금융그룹들이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금융지주의 투자 방향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전통 제조업 중심의 자금 공급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기업을 미래 핵심 투자처로 삼고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기대효과가 크다. 미래 유니콘 기업을 조기에 확보할 경우 막대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열 은행·증권·카드·보험사와의 기술 연계를 통해 그룹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가 고위험 투자에 과도하게 나설 경우 건전성 관리가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투자의 특성상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순 투자 확대보다 전문 심사 역량과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더 이상 대출만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면서 미래 산업 투자자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며 “향후 AI와 딥테크 등 전략 산업을 둘러싼 우량 스타트업 선점 및 펀드 조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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