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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전 초록버스 여행] with 55번 - 대전치유의숲 댑싸리의 유혹

속 시끄러울 땐 초록버스를 탄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외곽 시내버스는 위로를 준다. 버스 안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도 정겹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다정하다. 초록버스는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장태산휴양림, 장동산림욕장, 성북동산림욕장, 국립대전숲체원에도 데려가준다.

[대전 초록버스 여행] with 55번 - 대전치유의숲 댑싸리의 유혹

대전 초록버스 여행

속 시끄러울 땐 초록버스를 탄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외곽 시내버스는 위로를 준다. 버스 안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도 정겹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다정하다. 초록버스는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장태산휴양림, 장동산림욕장, 성북동산림욕장, 국립대전숲체원에도 데려가준다. 이사동 대전별서 가는 길도 안내하고 갑천 상류와 국가숲길 대전둘레산길의 트레킹 길잡이 역할도 한다. 힐링버스라 부르기에 마침맞다. 대전 시민들에겐 휴식의 시내버스 노선을,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대전여행 치유관광 코스를 소개한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땐 초록버스를 타 보시라.

with 55번

대전치유의숲의 유혹

보문산장대루의 패기

큰나무전망대의 여유

지난해 8월 대전 치유의 숲의 댑싸리 정원.

대전 치유의 숲 초록버스 여행은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어느 더운 날 33번 버스를 타고 찾았었다.

그땐 버스가 치유의 숲까지 가지 않았다. 무수동 입구에서 내려 30분 남짓 걸어올라 가야했다. 치유의 숲 품이 좋아서 가을에 다시 와야지, 했지만 결국 지난해 가을엔 오지 못했다. 버스에서 내려 1.6㎞, 30~40분 걸어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가을에 다시 오고 싶었던 것은 댑싸리 정원의 유혹 때문이다. 여름의 맑고 선명한 초록빛 댑싸리를 기억한다. 가을 옷을 입는 붉은 계절엔 어떨까. 한 해가 지난 2026년 10월 23일 대전 치유의 숲을 찾았다.

#1. 새로 생긴 초록버스, 55번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다. 30~40분 걷지 않아도 된다. 55번 버스는 오월드기점지(윗사정삼거리)와 대전 치유의 숲을 오간다. 오월드기점지-윗사정삼거리-오월드-보문산교통광장-침산동입구-무수동입구-치유의숲. 종점에서 타서 10분이면 반대종점이다. 대전 시내버스 중 가장 짧은 노선이다. 크기도 일반 버스보다 짧다. 아담해보인다.

55번 버스. 딱 봐도 작아보인다.

그동안 버스가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올라가는 길 폭이 좁아서 대형버스가 오가기 만만찮기 때문일 것이다. 버스 통행이 어렵다면 그 대신 친환경 셔틀버스를 제안했었는데 비슷한 성격의 친환경 중형버스가 다니게 된 것이다. 올해 1월 9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대전 초록버스 중구 권역은 대부분 30번대(30, 31, 32, 33, 34번) 버스다. 55번 버스도 같은 권역인데 30번대가 아닌 50번대다. 대전 초록버스 50번대는 55번과 52번이 있다. 52번은 동구 이사동 대전별서 가는 길을 안내한다. 55번 오월드 출발은 9시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 치유의 숲 출발은 오전 9시 15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2. 댑싸리 정원

버스에서 내려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관리센터 지나 왼쪽에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다. 울타리 때문에 보이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치유의숲 안내도에도 없다. 열린 문 들어가면 동화 속 배경으로 들어온 듯한 공간착각. 크고작은 댑싸리와 분수, 해바라기와 허수아비도 있는 아기자기한 포토존이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더 늦게 왔더라면 빨간 옷 입은 댑싸리를 못 볼 뻔했다. 초록빛은 완전히 사라졌고 빨간 옷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빨강과 갈색의 그러데이션이라 할까. 일반적인 댑싸리 관상 절정은 9월 말~10월 중순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과 일조량, 식재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꽤 성급하게 옷을 갈아 입는다. 예상컨대 올해는 곧 갈색 엔딩일 것 같다. 댑싸리 몸집이 더 커지는 훗날이 기대된다. 대전의 또 다른 가을명소가 될 듯하다. 오후 5시까지만 개방.

#3. 바람의 노래

‘이웃집 토토로’ 주인공 자매가 뛰어올 것 같다. 치유의숲 산책에 나선다. 모두숲길 대숲이 품은 덱길이 걸작이다. 바람이 분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대숲 바람의 위로가 이어진다.

바람목욕장 풍욕장에도 바람이 불고 원시림 속 평상 위에서도 바람의 노래가 들린다. 그리고 무수정에 들른다. 평범한 정자 쉼터지만 이름이 가진 내공이 있다. ‘근심 없는 마을’ 무수동의 근심 없는 정자, 무수정. 계단 타고 올라 신발 벗고 한참을 쉰다. 무수정에서도 자연의 위로가 이어진다. 속 시끄러울 때 이곳에 앉아 보시라, 자연의 품이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지니. 대전 치유의 숲에선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오감체험, 향기테라피, 명상, 맨발걷기 등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4. 산책과 산행

시나브로 산책이 산행으로 이어진다. ‘물길 따라 걷는 길’을 따라 간다. 안내 이정표가 안내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보문사지까지 가는 길.’ 길 따라 바람이 분다. 햇살이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든다. 숲이 만든 물길과 바람길에 스며든다. 계속 이어지는 계곡. 자연 그대로의 자연의 품에 안긴다.

물이 좀 더 많았으면, 아쉬움도 들지만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좋다. 곧 보문사지.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문사는 조선후기 기록인 도산서원지에 동학사, 고산사 등과 함께 승군 800여 명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사찰로 기록돼 있다. 보문사지를 벗어나 위쪽으로 올라타면 보문산 행복숲길을 만난다. 이정표는 행복숲길 방향 보운대(큰나무전망대) →5.49㎞를 가리킨다. 반대 방향은 오월드 ←2.3㎞. 그 사이 산길로 올라탄다. 1㎞만 가면 시루봉이다. 1㎞의 유혹. 금방일 거 같은 이 구간, 만만찮다. 시루봉 가기 전 능선이 고도 432m 정도인데 행복숲길 출발 고도는 288m다. 까치고개 인근을 붙들고 조금만 더 가면 시루봉 오르는 계단이다.

#5. 시루봉 쉼터 풍경

헉헉대며 오르자 중년 남성들의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아녀~, 식장산도 만만혀. 우린 쓰레빠 신고도 금방 올라가잖여~.” 시끌벅적 꺼드럭거리는 목소리 뒤엔 잔잔한 한 남녀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계단 쪽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반소매 반바지에 외국인 남성이 올라온다. 몇 초 뒤 외국인 여성도 시루봉 앞. 외국인 커플이 K-등산 대전까지 남하했다. 이어 일행이 아닌 젊은 여성 두 명이 올라온다. 한 명은 트레일런 복장이고 한 명은 평상복 차림이다. 평상복 여성은 보문정과 정상석(457m) 앞에서 인증샷 여러 번. 보문산 정상석은 대전 5대 명산 정상석 5개 중 하나다.

5대 명산은 국가숲길인 대전둘레산길의 근간이 되는 5개 구별 대표 산을 일컫는다. 동구 식장산(587m), 중구 보문산(457m), 서구 구봉산(263m), 유성구 금수봉(530m), 대덕구 계족산(424m)이다. 정상석은 세워진 지 1년 갓 넘었다. 시민이 제안하고 대전시가 받아들여 이뤄졌다. 민-관 합작품이어서 가치가 더 크다. 이 사업을 이끈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의 말을 빌린다. “시에 제안한 사업이 결실을 얻어 기쁩니다. 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업을 추진한 대전시 산림공원정책과에 감사드립니다. 정상석 설치는 (지난해) 7월 1일 완료됐고 산 높이는 국토지리정보원 기준입니다. 정상석 글씨는 각 구 문화원 협조를 받아 다섯 분의 서예가 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써주신 작품입니다. 대전시민들이라면 꼭 한 번씩 5대 명산에 올라보면 좋겠습니다."

#6. 시루봉에서 1.1㎞

보문산성으로 간다. 내리막과 평지가 대부분, 후두둑 간다. 금세 보문산성. 오랜 기간 공사를 했던 장대루에 먼저 오른다. 보문산성 장대루의 ‘장대(將臺)’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거나 군사 상황을 살피던 곳을 일컫는다. 보문산성 장대 터가 확인된 곳이 지금 장대루 자리로 알려져있다. 장대루는 1991년 산성을 복원하면서 세운 것이다. 대전 시내에선 멀리서도 보인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난 위치다. 이곳에 서면 장대루의 패기가 느껴진다.

ㄴ[사진첩] 보문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 사진 27장

오늘 날씨도 좋다. 멀리까지 잘 보인다. 180도 이상 와이드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대전둘레산길을 짚어본다. 왼쪽 산장산부터 빈계산/금수봉, 도덕봉, 갑하산, 신선봉, 우산봉, 금병산, 오봉산, 계족산, 식장산까지. 도시를 품은 산줄기를 둘러본 뒤 그 안의 도심도 촘촘하게 짚어본다. 이곳저곳 먼곳 가까운 곳 챙겨본다. 많은 추억이 스쳐간다. 줌으로 동쪽 갈현산성 근처의 대학교 건물도 잡는다.

용운동, 문득 20대 때 만난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가 떠오른다. 꽃다지 ‘전화카드 한 장’ 흥얼거리며 보문산성에서 내려간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땐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삐삐 하나씩 차고 다니던 시절, 내 삐삐인사말 중에 가장 인기 높았던 노래였다.

#7. 드디어 큰나무전망대, 그리고

지금도 이정표 곳곳에 남아있는 보운대(寶雲臺). 그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전망대가 큰나무전망대다. 완공된 지 꽤 됐는데 첫 방문이다. 실내 통창 조망이 꽤 좋다. 보문산성 장대루 조망이 와이드 아이맥스라면 큰나무전망대는 고도가 낮아진 만큼 디테일하다. 망원경이 3대 설치돼 있는데 화질이 제법 고퀄이다. 무료다.

내가 보려던 망원경엔 대전역 쌍둥이 빌딩 모습이 고정돼 있었다. 나는 맨 먼저 계족산성을 잡았다. 성벽이 보이고 그 위 시그니처 나무들이 보인다. 곧 정비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계단을 밟아 야외 전망대로 오른다. (엘리베이터도 있다.) 낮은 감탄사가 입에서 새어 나온다. 한참 대전 도심 풍광을 감상한 뒤 내려간다. 전망대를 나와 아스팔트 따라 내려가는 길,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를 만난다. 2021년 기념비를 제자리인 대전역으로 옮기겠다고 했던 대전시는 이전문제에 대한 결론은 접고 대전시 문화유산 등록 카드로 확실한 보존을 선택했다.

을유해방기념비

#8. 보리밥은 기본

보문산에서 내려오면 항상 고민이다. 보리밥 먹으러 어디로 가느냐와 보리밥 파트너로 어떤 걸 먹느냐다. 일행이 많을 땐 보리밥에 두루치기와 파전, 도토리묵 등등 다 시켜놓고 같이 먹으면 좋지만, 오늘은 두 명이다. 더구나 호떡도 먹어야 된다. 개인적으로 보리밥 먹을 때 비지찌개가 기본으로 나오는 다정한 식당을 좋아한다. 너무너무 맛있다. 오늘 보리밥 파트너는 두부두루치기. 입안이 행복하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호떡도 먹어야 되는데… 먹을 수 있는데…. 행복한 두 명은 호떡을 향해 또 간다. 그러나 아쉽게도 재료가 없어서 이미 마감. 배가 불러 아쉽지 않지만 아쉽다. 소화 좀 시키고 보문산공원에서 출발하는 802번 버스를 탄다. 대흥동성당 앞에서 604번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간다. “오늘도 즐거웠다. 잘 지내고 행복해라, 동직아.”

글·사진·편집=차철호 기자

(feat. 김동직 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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