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금융위기부터 사업 축소까지, 표류했던 초기 잔혹사
역대 최대 규모 문화재 발굴과 공사 중단…사업 지연 결정적 변수
마지막 남은 퍼즐 ‘북청주역사’ 설계…대우건설 완공 의지 시험대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사진=SK하이닉스]
2008년 첫발을 뗀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온 대우건설의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에 마침표가 찍힐 전망이다. 최근 공기를 오는 9월로 재연장한 대우건설이 마지막 변수인 북청주역사 설계 과제를 매듭짓고 온전한 준공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전날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공사 도급계약 변경을 공시했다. 도급금액은 기존 4282억4900만원에서 4388억4400만원으로 105억9500만원(2.5%) 증액됐고 공기 종료일은 지난달 31일에서 오는 9월 30일로 재설정됐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 사업은 2007년 7월 발주된 청주시의 청주첨단산업단지 민간사업자 공모다. 2008년 3월 13일 신영 컨소시엄(신영, 한국산업은행, 대우건설 등 6개사)이 민관 합동 사업자로 선정되며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같은 해 6월 12일 청주시·신영컨소시엄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청주테크노폴리스를 설립했다. 이어 8월 8일엔 흥덕구 외북동·송절동·화계동 등 일원 323만9669㎡에 대한 일반산업단지 지구지정이 승인됐다. 당시 계획은 1조2087억원을 투입, 2015년 완공하는 것이었다.
걸림돌은 같은 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국제 금융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며 산단 조성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사업은 2009~2010년 사실상 표류 상태에 들어갔다.
시공 참여가 예정돼 있던 대우건설도 수익성과 분양 리스크를 이유로 사업 포기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청주시는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짰다. 2011년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사업부지를 152만7575㎡로, 사업비를 6438억원으로 각각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당시 PF 시장은 2009~2010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거·상업용지 분양 리스크가 크게 부각돼 있었다. 공동주택·상업용지 비중을 대폭 줄이고 산업용지 중심으로 몸집을 재편하는 것이 대주단의 리스크 수용 가능한 선이었다
그러나 수정안에도 PF는 성사되지 않았다. 투자의향을 밝히는 금융권은 나타나지 않았고 핵심 우량 임차인으로 거론된 SK하이닉스와 LG생활건강 역시 산업용지 입주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청주시는 마지막 카드로 ▲산업용지 책임분양 ▲보상·이주·문화재 발굴 16개월 내 완료 ▲공사 완료 후 3개월 내 책임준공 등 PF 대주단이 요구한 핵심 조건을 수용했다. 지자체가 민간 PF의 사업성 위험을 사실상 보증하는 형태였다.
2013년 6월 28일 대우건설과 청주테크노폴리스 간 도급계약이 체결됐고 다음달 25일에는 3100억원 규모 PF 대출약정도 체결됐다. 약정 실행은 그해 11월 25일 2350억원 규모로 이뤄지면서 보상·이주·문화재 발굴이 본격 착수됐다.
최초 도급금액은 2000억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법인 공시 의무 기준(최근 매출 2.5% 이상)과 2012~2013년 대우건설의 매출이 8조~9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한 결과다.
도급계약 체결로 순항할 줄로만 알았던 사업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2014년 민선 6기 이승훈 시장이 취임한 뒤에도 토지보상과 주민 이주, 문화재 발굴이 동시에 지체되며 공사 진입이 늦춰졌다.
특히 문화재 발굴이 공기가 늘어난 결정적 원인이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부지는 송절동 일대를 중심으로 원삼국~백제 한성기 대규모 취락유적이 분포해 있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3공구에 걸친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청주 지역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의 매장문화재 조사로 기록된다. 2015년 있었던 조사만으로도 공동주택용지 16만여㎡에서 집터 500여기와 우물·무덤 등이 출토돼 아파트 지구 공사가 1년 가까이 정지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2016년 1월 26일 SK하이닉스의 15조5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은 큰 전환점이 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M15) 건설을 위해 부지가 필요했고 청주시와 청주테크노폴리스는 이미 분양 계약을 체결한 기업 12곳의 용지를 재배치하고 지구 확장을 추진했다.
같은 해 12월 사업부지는 176만7629㎡로 15.6%(23만8867㎡) 확장됐고 37개월 만인 2016년 12월 28일 PF 대출금 2350억원이 전액 조기 상환됐다.
산업용지 책임분양 위험이 단번에 해소됐다. 2017년 8월 1공구 준공을 기점으로 사업은 분양·확장 국면에 들어섰고 2018년 다시 큰 폭의 지구 확장 승인을 거치며 부지가 378만8890㎡까지 불어났다.
사업부지가 커지면서 도급금액도 그만큼 불어나 2019년 대우건설의 재도급계약이 첫 공시 대상이 됐다. 그 이후 2019년 2665억원, 2021년 3087억원, 2022년 3449억원, 2024년 4016억원·4282억원, 올해 4388억원으로 증액됐다.
공기 종료일은 최초 공시 2024년 1월 31일에서 같은해 5월 11일과 8월 11일, 올해 3월 31일과 9월 30일로 밀려 총 32개월 연장된 상태다.
지난해 초 기준 청주테크노폴리스 공정률은 98%로 알려졌다. 1공구(2017년 8월), 2공구(2021년 2월), 3-1공구(2024년 11월)가 차례로 준공되며 전체 380만㎡ 중 334만㎡(약 90%)에 대한 준공인가가 완료됐다. 도로·전력·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도 마쳤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재무제표에서도 사업이 막바지라는 것이 확인된다. 청주테크노폴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879억원으로 직전 연도(3656억원) 대비 76% 급감했다. 분양·공사 수익이 대부분 인식된 뒤 사업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다만 건설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변수가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주관의 북청주역사 설계 미확정 구간과 연계된 3공구다. 북청주역은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57㎞)의 신설 역사로 올해 상반기 착공 2030년 개통이 목표지만 역사 설계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청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국가철도공단이 책정한 북청주역 부지 7267㎡에 3334㎡를 추가해 확장 반영해 달라고 건의 중이다. 역사 부지와 진입부 설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청주테크노폴리스 측 인접 부지의 성토고·도로 접속·우수 배수 계획도 고정할 수 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청주역사 설계가 아직 미확정이다 보니 공기가 예정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을 완전해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예정일에 공사를 완공한다는 각오로 막바지 공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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