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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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 요청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기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절차의 제도적 빈틈을 ‘사전 합의’라는 관행으로 메워왔으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상 권한을 문언 그대로 고수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권한의 성격을 둘러싸고 맞부딪친 규정은 헌법 104조와 법원조직법 41조에 명시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다. 청와대는 제청 반려 역시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에 속하고,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대법원은 제청 반려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를 수용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동안은 이런 원칙론적 대립을 피하고자 제청 전 사전 합의를 거쳐 권한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사전 합의가 무산되고 양쪽 권한이 맞서면서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두고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로 공이 이 대통령에게 넘어가면서 향후 경우의 수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조 대법원장이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부 명분을 세운 만큼, 청와대가 헌법적·법적 사유를 보완해 재제청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양쪽의 감정이 틀어질 대로 틀어진데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이 내년 6월로 예정돼 있어서, 청와대가 추가 조처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공산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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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헌재에 이 대통령이 노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손봉기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해 국회의원의 심의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등의 권한이 충돌할 때 헌재가 각 기관의 권한을 판가름해주는 제도다. 다만 국회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 전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달리, 청와대나 대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헌재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의 관련 조항 자체가 제청권과 임명권의 균형 있는 행사를 전제로 하는 만큼, 헌재 심판을 거치더라도 어느 한쪽의 권한 침해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에 합의라는 협력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지면 상당히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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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쿠데타에 이은 사법 쿠데타”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탄핵안 발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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