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빌리온’ 표기하지 않으면 광주비엔날레 불참”
대만 큐레이터 첸 샹웬 인터뷰
“정체성 제약·표현의 자유 위협”
광주 예술계 20여곳 연대 선언
국가별 전시관 명칭에 항의
2026년 08월 24일(월) 20:20
첸 샹웬 대만 파빌리온 큐레이터가 24일 전일빌딩245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포스터. 국가명으로 표기된 대부분의 파빌리온과 달리 대만은 기관명인 ‘NTMoFA’로 표기돼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가별 전시관인 파빌리온 명칭을 둘러싸고 대만의 국가 이름이 삭제됐다며 대만 작가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최근 벌어졌다.
대만 작가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바탕을 둔 광주비엔날레에서 참가자의 정체성이 제약을 받았으며 이는 표현의 자유, 예술 공동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는 얼마 전 발표한 운영 원칙에서 파빌리온 프로젝트 참여 주체를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NTMoFA는 기관 명의로 파빌리온 참여 절차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기관 자격으로 전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대만 파빌리온 큐레이터 첸 샹웬<사진>은 24일 오후 1시 전일빌딩 245 4층에서 인터뷰를 갖고 명칭 삭제 경위, 파빌리온 참여 여부,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발표했다.
첸 샹웬은 “타이완 비엔날레로 표기하지 않으면 파빌리온에 불참할 것”이라며 “만약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명칭 표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외단체와 연대해 ‘검열’을 반대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이 문제가 순조롭게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서 ‘명칭 변경’을 오픈하게 됐다”며 “대만 문화부, 국립대만미술관장이 이 문제에 대해 광주비엔날레 측에 전달했는데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기획자로서 명칭 변경이 혹여 정치적 이유와 연관돼 있지 않나 우려를 했다”며 “역사적으로 대만 예술은 정치적 이유가 작용해 ‘검열’을 겪은 적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명칭 표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빌리온 불참은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악은 포기하는 것인데 이것은 큐레이터로서의 입장이 아닌 국립대만미술관의 입장”이라며 “지난 주 대만 문화부, 국립대만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을 못 받았다”고 했다.
“어떤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을 촉구하고 반드시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을 표기해달라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첸 샹웬 큐레이터는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비엔날레 개관에 맞춰 대만의 작가들, 관람객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인데도 비엔날레 재단은 아무런 답이 없다”고 했다.
작가인 김화순 광주민족미술인협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광주 예술계도 부끄러우면서도 심각한 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대만 작가는 대만 작가 자격으로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술은 자유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힘의 논리로 억압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광주 예술인 선언도 이어졌다. 광주민족미술인협회 등 20여개 단체는 ‘대만 파빌리온은 열려야 한다’라는 제목의 선언을 24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대만 파빌리온은 왜 열리지 못하는가? 광주비엔날레는 계약 주체와 결정 과정에 대해 공개하라”며 “만일 다른 국가관 역시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계약의 주체이면서 국가명을 사용하고 있다면, 왜 대만에 대해서만 선택적인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모든 관계 기관이 지금이라도 한발씩 물러나 대만 작가들의 작품이 광주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측은 명칭 표기와 관련 진전된 답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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