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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동, '트랙터 판매 회사'에서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동 계열사 대동애그테크가 개발 중인 작물별 AI 재배 모델이다. 기후 변화 패턴과 토양 상태, 작물 생육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최적 생산 조건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농업이 개인 농민의...

대동, '트랙터 판매 회사'에서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무안 6만5000평 실증단지, 농업 노동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험 시작

전남 무안의 농지 한가운데에 조성될 21.6헥타르 규모 스마트 농업 단지는 단순한 첨단 온실 프로젝트와 결이 다르다. 이곳에서 시험되는 것은 새로운 농기계가 아니라, 한국 농업이 앞으로 누구의 판단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구조 변화에 가깝다.

사람의 경험과 감각이 중심이던 농업 운영 체계를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반 체계로 이행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동 태안 스마트팜(사진=대동)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동 컨소시엄이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 농업 AX(AI Transformation) 플랫폼’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농업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총사업비는 약 2500억원 규모다. 단순한 스마트팜 구축 사업이라기보다 농업 생산 과정을 국가 단위 데이터 체계로 연결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농사를 '장비 산업'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 산업'으로 바꾸는 데 있다. 과거 농업 경쟁력이 트랙터 출력이나 기계 성능에 달려 있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 해석 능력과 AI 의사결정 구조가 생산성을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대동이 구상하는 구조는 기존 스마트팜과 다르다. 지금까지 보급된 스마트팜은 온도·습도·관수 상태를 모바일로 확인하고 일부 설비를 원격 제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무안 실증단지에서는 AI가 생육 환경과 기상 변화, 토양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로봇 장비가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가 구현될 예정이다.

파종 시점과 시비량, 병충해 대응, 수확 시기까지 데이터 모델이 판단한다. 현장 작업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다목적 농업 로봇이 맡는다. 농업 생산의 중심축이 사람의 숙련도에서 알고리즘 정확도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LG CNS는 데이터 분석과 플랫폼 구축을 담당하고, 대동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 로봇 운용 체계를 공급한다. 전라남도는 실증 인프라와 지역 연계 생태계 조성 역할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협업이 아니라 국내 농업 분야 첫 대규모 '피지컬 AI' 실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동 계열사 대동애그테크가 개발 중인 작물별 AI 재배 모델이다. 기후 변화 패턴과 토양 상태, 작물 생육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최적 생산 조건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농업이 개인 농민의 경험 축적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재배 노하우 자체가 데이터 자산 형태로 플랫폼에 저장되는 구조가 된다.

이는 농촌 노동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농번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농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직무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단순 육체노동 중심 구조에서 데이터 관리, 로봇 유지보수, AI 기반 생육 관리 같은 기술형 직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컨소시엄 측은 향후 20년 동안 약 2만3000명 수준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방 농촌에서 감소하던 청년 일자리를 기술 기반 직무로 일부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동 내부에서는 이번 사업을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회사의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농기계 산업은 장비 판매 이후 고객 접점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AI 기반 농업 플랫폼이 정착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데이터 서비스, 원격 관제 등을 기반으로 지속형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이 이미 데이터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존디어는 농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업체들 역시 자율주행 기반 정밀 농업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무안 프로젝트를 계기로 농업 산업이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데이터 산업 중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무안 실증단지에서 축적될 농업 데이터의 활용 범위도 주목된다. 기후 조건이 유사한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형 재배 알고리즘과 자율농업 시스템을 패키지 형태로 수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 농기계 수출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과거 농업 경쟁력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투입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정교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무안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스마트팜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기계 중심 시대'를 지나 '운영체제 중심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원유현 대동 부회장은 "AI와 로봇, 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농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며 "실증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덕규 전라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전남을 첨단 농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 농업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노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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