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치열규제 관점 근본적 전환 필요미래 지향적 가이드라인 절실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지금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패권 경쟁 한복판에 서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전략 영역이 글로벌 경제와 안보의 게임 체인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바로 바이오 기술이다. 이제 바이오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공급망, 그리고 공중보건까지 아우르는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중요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유전자와 세포를 다룰 수는 있지만, 그 결과를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바이오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 불확실성을 곧 위험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래서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우선 막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태도로 규제를 설계해 왔다. 불확실성의 문제였지만, 이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던 것이다.그렇다면 이러한 접근이 미래에도 유효할까? 과거 개인용 컴퓨터(PC)가 특정 전문가의 도구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범용 기술로 확산됐듯, 바이오 기술 역시 점차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드는 범용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예전처럼 문을 잠그고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만으로 이 거대한 흐름을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우리는 바이오 규제의 철학과 가치 자체를 혁신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이 문제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첫째, 코로나19 당시 영국은 '휴먼 챌린지' 연구를 허용했다. 건강한 자원자에게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감염시켜 백신 효과를 빠르게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분명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존재했지만, 엄격한 윤리 기준과 안전장치를 전제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사회적 결정을 내렸다.또 다른 사례는 GMO이다. 1세대 GM 작물은 생산자 중심 기능에 치우쳐 소비자가 체감할 혜택이 적었고, 그 결과 거부감이 이어졌다. 반면 일본의 유전자 편집 토마토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 방식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두 사례는 서로 다른 영역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와 기술을 멈춰야 할까?" 이제 규제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허용하면 얼마나 위험한가?"뿐 아니라 "허용하지 않으면 무엇을 잃는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사람들은 위험이 전혀 없어서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으며, 혜택이 분명할 때 기술을 수용한다. 핵심은 '무위험'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위험'과 '사회적 신뢰'다.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대부분의 바이오 혁신 기술에도 불확실성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 검증을 요구할 수 있지만, 모든 위험을 사전에 명확히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낮은 확률의 위험이나 장기적 영향은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 확인하기 어렵고, 윤리와 정책의 영역처럼 과학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서 불확실성을 곧바로 연구 금지의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억지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 가능한 위험의 범위를 정하고 그것이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사회적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이제 규제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때다. 기술 패권의 시대에 바이오 규제는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위험을 단순히 차단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관리하며 혁신을 이끌 것인가. 지금 우리의 선택에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바이오 규제의 방향이 곧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규제를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닌, '안전한 미래로 향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
[대덕포럼] 기술전쟁의 시대, 바이오규제는 전략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전략 영역이 글로벌 경제와 안보의 게임 체인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바로 바이오 기술이다. 이제 바이오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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