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대덕단상] 대덕의 진화, 지역 사례에서 대한민국 롤 모델로

◇ 스타트업에서 딥테크로, 차원이 달라졌다 특구재단은 올해 5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요한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스타트업 창업 중심에서 딥테크 스케일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이...

[대덕단상] 대덕의 진화, 지역 사례에서 대한민국 롤 모델로

대전시, 대표적 국가 창업도시 선정…각종 지원 사업 잇딴 선정

특구 5차5개년 계획, 딥테크 스케일업으로 차원이동

상장사 협의회 재출범, 기업들 역량 결집, 특구 발전 새 전기

대덕특구, 대전 성장 엔진에서 대한민국 견인차로 ‘격상’

지역민도 성장 과실 체감해야…자운대, 국방 산업 클러스터로

낭보가 줄을 잇는다. 그것도 매머드급 낭보들이.

대전이 국가 대표 창업도시로 선정됐다. 특구 기업이 엔비디아(nVIDIA)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상장사 증가 속도는 광역시 가운데 단연 1위다. 방산 스타트업 육성 등 각종 사업에서 잇따라 선정되고 있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 역방향으로 유입되고 있고, 좋은 일자리가 늘고 있다. 이 흐름들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대덕이 지역의 성공 사례를 넘어 대한민국 혁신의 롤 모델로 격상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덕특구가 처음부터 이런 도시가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연구자들이 창업을 남의 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고, 투자자들이 '대전까지 내려가야 하나'하며 꺼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버텨온 사람들의 땀이 지금의 숫자 위에 쌓여 있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덕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한 10만 명이 사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 10만 명 가운데 대한민국 박사의 19%가 포함되어 있고, 국가 연구개발비의 20% 이상이 이 좁은 땅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이것이 대덕의 본질이다. 작은 면적에 응축된 지식과 기술의 밀도가, 지금의 폭발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 토양이었다.

◇ 스타트업에서 딥테크로, 차원이 달라졌다

특구재단은 올해 5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요한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스타트업 창업 중심에서 딥테크 스케일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이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는 보육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년은 그 싹이 거목으로 자라는 확장의 시간이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은 계속되지만, 딥테크 기업들의 스케일업이 새로운 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올라섰다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지원의 질적 변화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제5차 연구개발특구육성 종합계획(2026∼2030) 동안 초기 창업기업을 위한 200억원 규모의 퍼스트 딥 펀드와 성장단계 기업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 조성이 명문화했다. 대덕의 지난 20년의 성취를 인정하고, 더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이 전환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이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대전의 기술특례상장 입지계수는 1.98로 전국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고, 인구 대비 혁신 밀도에서도 서울(1.08)을 앞질러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상장 완결성을 나타내는 'Clean IPO 전환율'도 96.7%로 수도권(92.5%)을 앞섰다. 자본과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밀도와 효율로 추월한 이 데이터는, 대덕의 성장이 우연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란 구조의 힘임을 증명한다.

◇ 대상협 재출범, 기업인들의 새로운 다짐

안팎의 호재를 내부 동력으로 연결할 엔진도 가동됐다. 대전에는 다른 광역시와 달리 상장사들만의 교류 모임이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코로나를 거치며 한때 느슨해졌지만, 코로나 이후 상장사가 30개 가량 늘고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재결집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 4월, 대전상장법인협의회(대상협)가 재출범식을 갖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의 지향은 구체적이다. 보육원 설립 같은 육아환경 조성으로 직원과 지역민의 삶을 개선하고, 특구 토지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유하는 철학의 중심에는 "직원을, 지역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기업의 성장이 대주주 몇 명의 자산 증식으로만 귀결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다. 함께 땀 흘린 직원들에게 성과를 정당하게 배분하고,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결국 더 훌륭한 인재를 끌어당기고 기업을 더 크게 키우는 길이라는 실용적 확신이기도 하다.

문지동은 한 집 건너 상장사, 대덕테크노밸리는 세 집 건너 상장사라는 말이 지금의 대덕을 압축한다. 앞으로는 이웃집이 상장사인 풍경이 일상이 될 것이다. 그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기업인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 — 대덕 딥테크 ETF

성장의 과실이 지역민에게 체감되려면 금융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는 현재 1,700개를 넘는다. 전문 투자자도 개별 종목을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종목은 거래량이 줄고, 주가는 횡보하다 하락 압력을 받는다. 상장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인 자본 조달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펩트론 등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대전 기업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 이 기업들이 수십 배 오르는 동안 정작 지역민은 그 과실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대덕 딥테크 기업들의 주가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낮은 가격에 오랫동안 횡보하다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상승하는 이른바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 각성 패턴이다. 기술의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 주가가 비선형적으로 반응하는 딥테크 고유의 속성이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저점에서 매수하고 오랜 기간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에게 대덕 기업들은 기회의 보고다.

이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대덕 딥테크 ETF'다. 지역의 유망 상장사들을 묶어 시민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기업의 성장이 곧 지역민의 자산 증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완성된다. 기업은 자금 조달 경로가 넓어져 스케일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민은 우리 동네 기업에 주인 의식을 갖는다. 이미 상장에 성공한 형님 기업들이 아우 비상장 기업들의 성장을 끌어주는 투자와 멘토링의 연결 고리가 두터워질수록, 생태계는 더 단단해진다.

◇ 자운대 재창조, 대덕 성장 방정식의 새 엔진

현재의 성장 기조가 이어지도록 대전시와 특구재단이 힘을 합친다면 5년 내 상장사 100개, 시총 200조 시대는 충분히 가시권이다. 100개 상장사, 200조 시총 시대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개막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천지개벽을 하는 셈이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이 정도의 실적을 낸 사례가 대한민국에는 없다. 더군다나 이들이 연대를 하며 투자와 연구개발 등에 협력을 하면 그 영향력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덕의 미래에 강력한 변수가 하나 더 등장했다. 자운대다. 지난 30여 년간 계룡대를 보좌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자운대에 최근 새로운 역할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전담팀(TF)을 구성하고, 1·2학년 생도의 통합 교육 장소로 대전 자운대를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운대 인근의 KAIST, 충남대 등과 협력해 최고 수준의 첨단과학기술 교육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자운대의 잠재력은 교육 기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자운대 주변에는 국방과학연구소, 한화·LIG 등 방산기업, 딥테크 기업들의 집적지인 대덕특구와도 인접해 있다. 200만 평 규모의 이 공간이 첨단 국방 딥테크 클러스터로 재탄생한다면, 민군 협력 기반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가 대덕과 맞닿는다. 체육·문화 공간 확대와 미래 산업 기능의 접목,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함께 설계된다면, 자운대는 대덕 성장 방정식에 가장 강력한 새 항(項)을 더하게 된다. 자운대 재창조에 있어 국방산업으로의 확장이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 국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시, 대전

대전의 특성을 알릴 수 있는 딥테크 전시회와 과학기술인 지식 축제,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업 개방 프로그램, 은퇴 과학자와 신진 연구자의 매칭 시스템, 지역민을 위한 출연연 개방 등 과학 프로그램 등이 가동되면, 대덕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인 공동체로 재탄생한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며 인재가 모이면 기업이 크고, 기업이 크면 도시가 성장한다. 대전시와 특구재단, 출연연, 대기업 연구소, KAIST가 진정한 원팀으로 뭉칠 때 이 순환의 속도는 배가된다.

모두가 아는 대한민국의 불문율이 있다. 커리어를 쌓으려도, 아이를 키우려도, 창업을 해도 결국 서울이라는 체념 섞인 공식이었다. 그 공식이 지금 대덕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적 풍요와 교통의 여유, 넉넉한 용지와 높은 삶의 질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고 있다. 연구실과 제조 공간과 카페가 같은 골목에 있다. 서울로 가지 않아도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지역 소득 5만 달러 시대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동안 불가능한 일로 생각했던 서울보다 잘사는 지역의 등장. 대덕이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서울 일극 체제의 한계는 높은 집값뿐 아니라 출퇴근 시간을 지옥으로 만드는 교통체증 등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덕의 사례는 단순한 지역 성공담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의 대안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설계도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좋은 기업들이 잇달아 나오고, 좋은 일자리를 보고 인재가 모이며, 선순환 체제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대덕은 국토 혁신 발전의 촉매제이다.

대한민국의 내일이 궁금하다면, 지금 대덕을 보라.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