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비슬산 너덜겅은 비슬산의 융기를 말하고 있다
용리 유스호스텔 건축 현장
30여 개 세칭 ‘용의 알’ 발견
200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비슬산 자락에 용이 보금자리
신생대·간빙기 통과하며 생성
비슬산 대견사 옆 너덜겅에 침묵과 세월이 흐르고 있는데 절대로 거꾸로 흐르지는 않는다네. 생성형 AI 생성 이미지.
비슬산(琵瑟山)은 신라 때 한 늙은이가 천 길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가서 꺾은 진달래꽃을 젊고 아리따운 최고 미녀 수로부인(水路夫人)에게 바쳤던 진달래꽃 노래가 생겼던 곳이다. 꽃을 드렸던 노래가 바로 헌화가(獻花歌)로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럽게 하시지(받지) 않는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라고 일연 스님은 빠짐없이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적었다. 사실, 이렇게 곰살맞은 진달래꽃과 사연이 있는 수로부인(水路夫人)은 사후에 ‘비슬산 진달래꽃’으로 환생했다고 실토를 못하고 운명했다.
오늘날에도 신라 선사들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유가사 들머리에 서 있는 보각국사의 시비다. 앞서 이곳에서 수도했던 반사와 첩사를 칭송하여 “반사 첩사 두 스님이 남기신 아름다움을 칭송하면서”라는 제목으로 노래하기를, “산나물 풀뿌리로 배를 채우고, 나뭇잎 옷으로 몸을 가리우니. 누에 치고 베 짜지 않았네. 찬 솔 나무 돌너덜에 소슬바람 불어. 해 저문 숲엔 나무꾼도 돌아가고. 깊은 밤 달 아래 앉아 선정(禪定)에 들어, 이윽고 부는 바람 따라 반쯤 날았도다...” (포산(苞山)에서는 9성(九聖)이 나왔는데 관기(觀機), 도성(道成), 반사(搬師), 첩사, 자양(子陽), 도의(道義), 성범(成梵), 금물녀(今勿女), 백우사(白牛師) 등이 있었다. 삼국유사에는 관기도성의 두 스님이 등장되고 있으나, 보각국가의 “반사, 첩사 두 스님이 남기신 아름다움”이란 시비가 유가사 들머리에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같은 비석에 있는 “포산 두 성인 관기와 도성을 칭송하면서(讚包山二聖觀機道成)”에서는 “달빛 밟고 서로 오가는 길 구름 어린 샘물에 노닐던 두 성사의 풍류는 몇백 년이나 흘렸던가(相過踏月弄雲泉, 二老風流幾百年)? 안개 자욱한 골짜기엔 고목만이 남아 뉘었다 일어나는 찬 나무 그림자 아직도 서로 맞이하는 듯(滿壑烟霞餘古木, 偃昻寒影尙如迎).” 하다고 적고 있다.
조선 때 요산요수(樂山樂水)의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은 ‘부처의 산(苞山)’을 소슬산(所瑟山) 혹은 비슬산(琵瑟山 혹은 毗瑟山)이라고 했다. 그런데 달성의 선비들은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 조선 전기 경상북도 울진 출신의 유학자. 본관은 영양(英陽). 천품이 재주 있고 사리에 밝아 경사(經史)에 능통하였고, 항상 『소학』을 책상에 두었고 특히 역학, 천문, 지리에 정통하여 기(氣)의 묘를 능수능란하게 관찰하였다고 한다. 양사언(楊士彦)이 『주역(周易)』을 논하다가 남사고를 스승으로 모셨는데 남사고의 깊은 말을 조정에 올리기를 ‘조정에 멀지 않아 동서분당론(東西分黨論)이 일어나 국가의 근심이 막심하리라’하였고, 서쪽 하늘을 향하여 네 번 절하고 말하기를 ‘명나라의 천자가 죽는다’고 하였다는 말이 전한다.)의 ‘격암유록(格庵遺錄, Gyeogam Yurok: Namsago Prophecy 혹은 南師古秘記)’에 심취했는지? 비슬산(琵瑟山)이란 한문을 파자(破子, 낱자로 깨뜨림)하면, 임금왕(王)자가 4개나 나온다고 하여 “비슬산 산신(山神)은 4명의 제왕을 점지 하신다(琵瑟山神, 占必四帝).”고 예언(豫言)까지 했다. 그 예언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 예언(豫言)이 헛되지 않았는지,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이곳 출신으로 제왕(대통령)이 되었다. 현재도 유가읍 쌍계2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비슬산이1,000m 용솟음쳤음을 너덜겅은 말하고 있다.
달구벌(達城)에 살았던 선인의 풍수지리학에서는 수맥과 산맥을 용(龍, dragon)에 비유해서 좌청룡(左靑龍) 혹은 금호강을 ‘금호잠용(琴湖潛龍)’이라고도 했다. 금호강 주변에 청룡산(靑龍山), 비룡산(飛龍山), 와룡산(臥龍山), 구룡산(九龍山), 용재산(龍在山) 등 용(龍)의 명칭이 많다. 그 가운데 달성군(達城郡)은 ‘용의 본향(Hometown of Dragon)’이다.
가창면(嘉昌面) 오리(梧里)에는 안산암질 각력암(安山巖質 角礫巖)으로 구성된 청룡산(靑龍山, 793.1m)이 있고, 옆 동네 주리(蛛里)에는 육용소(六龍沼)로 쏟아지는 물길이 용지봉(龍池峰, 634m)을 돌아서 신천(新川)을 이루며, 산성산자락 용두산(龍頭山) 앞으로 흐른다. ‘용의 본향(龍之本鄕)’ 달성군 에서도 원조(元祖)는 비슬산 기슭 ‘용이 버글거렸던 동네 용리(龍里)’다. 지난 2016년 용리(龍里) 유스호스텔(Youth Hostel) 건축 현장에서 30여 개의 세칭 ‘용의 알(龍蛋, Dragon Eggs)’이 발견되었다. 비슬산이 용의 알을 품었다.
뿐만 아니리 인근 산하(山河)에는 용덤벙(龍沼, 혹은 龍潭), 용비늘 무덤(龍鱗塚), 용동 성황당 나무(龍洞城隍木), 용박골, 용바위(龍巖), 용리산(龍理山, 일명 筆峰山), 용화사(龍華寺, 鳳里) 등이 현존하고 있다.
눈앞 옥포읍(玉浦邑)에서도 914(神德王 3)년에 보양국사(寶壤國師)가 창건했던 용연사(龍淵寺)가 있다. 용연사(龍淵寺) 법당 앞에는 황용두상(黃龍頭像)이 있다. 1956년에 현풍읍 신기리(新基里, 새터 마을)에 만들어진 용연지(龍淵池)와 지리(池里, 못 마을) 현풍십이정려각(玄風十二旌閭閣) 바로 앞에 용흥저수지(龍興貯水池) 혹은 용흥생태습지(龍興生態濕地)가 있다.
이렇게 많은 용이 비슬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틀어 자리 잡았던 연유는, 오늘날 GPS로 북반구 가운데 북위 35도 42분 83초(大王峰)에 위치한 비슬산(琵瑟山)이 중시생대(中始生代) 풍골라 빙하기(Pongola glaciation, BP 32억~28억년) 혹은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BP 4억8천5백만~4억4천4백만년) 등 혹은 신생대(新生代)의 몇 차례 빙하기(氷河期, glacial epoch) 혹은 간빙기(間氷期, Interglacial Period)를 통과하면서 생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빙하기가 쓸고 갔던 비슬산 암괴류(琵瑟山 巖塊流, block stream of Mt. Vishnu)가 용리 산1번지 등지에 2㎞가량 형성되어 있다.
비슬산 너덜겅은 2003년 12월13일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었다. 너덜겅(崖錐, talus)은 무수한 결빙과 해빙 과정에서 바위틈(화강암류)에 진흙이 스며들고, 진흙의 이류현상(理流現象, 절리에 의한 분리 혹은 분쇄)으로 바위가 갈라진 돌무더기들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림으로 “돌 강(stone river,너덜겅)”이 생겨난다. 이를 지질학 용어로는 애추(崖錐, talus)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너덜겅’, ‘너덜지대’, ‘돌서들’, ‘돌서령’, ‘돌무지’, ‘돌거렁’ 등이 있는데 경상도에서는‘너덜강’, ‘너더랑’, ‘너더렁’이라고도 한다. 전라도에서는‘방석 바구’라고 한다.
보다 지질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면, 암괴류 지형은 주빙하기후환경(周氷河氣候環境, periglacial climatic environment)에서 초기엔 거력(巨礫, boulder)과 세립(細粒, grain)이 뒤섞인 거대한 유동성 덩어리로 동활침식(凍滑侵食, solifluction)과 동상포행(凍床匍行, frozen-bed crawling)의 모양으로 경사면을 따라 서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비슬산 너덜겅은 대견사 옆 해발(sea level) 1,000m 인근에서 시작해 경사면을 따라 750m 지점에서 합쳐져 450m까지 연결되어 있다. 규모는 길이 2.0㎞, 폭 80m, 두께 5m 정도로 총면적은 989,792㎡로 측량되었다. 암괴(巖塊)의 크기는 지름이 1~2m 큰 돌(巨礫)도 있으나 측정치의 평균 지름은 1.0m 정도였다. 확실한 측정을 하고자 미 NASA의 인공위성 사진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 고위평단면(高位平坦面, high-level plane)에 암괴류가 보이는 곳은 1,000m 지점이었다. 현장에서 고도계로 측정한 측정치와도 상이(相異)하지 않았다. 이 암괴류가 비슬산이 1,000m나 융기(隆起, uplift)했다는 지질학적 융기단서(地質學的 隆起端緖,geological uplift clue)를 제공하고 있다. 뒤집어 설명하면, 해중용궁(海中龍宮)이 용솟음쳐서 솟아났다.
세계 최대 돌 강(largest stone river in the world)으로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의 영토에 있는 남부 우랄의 타가나이산맥(Taganay Mts)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거대한 바위와 혼란스럽게 뒤범벅을 이루면서 길이 6㎞, 평균 너비 200m(최대 700m)의 ‘빅스톤 리버(Big Stone River)’가 있었다. 다음으로 불가리아 비토샤 산 말락레젠(Malak Regen) 봉우리 1,800m에서 시작되는 보토샤 돌강(Vitosha Stone River)은 길이 2.2㎞, 폭 150m로 큰 바위(수십~수백톤)에 붙어사는 지의류(地衣類)가 발산하는 황금빛으로 ‘황금 징검돌다리(Golden Stone Bridge)’ 혹은 물소리도 물고기도 없는 ‘고요한 돌 강(Quiet Stone River)’이라고 한다. 불가리 말로는 즐랫나이트 모스토브(Zlatnite Mostove)다.
물은 흐르지 않으나 역사(history)와 세월(times)은 흐르고 있다. 밀양시(密陽市) 삼랑진읍 용전리 4번지 만어사(萬魚寺) 앞 너덜겅에는 “수로왕(首露王)을 따라 왔던 바다물고기들이 돌아가지 않자, 욕심 많은 마고할미(麻姑)가 물고기 등을 돌로 변신시켜 마고산(麻姑山)으로 가져가려 했다가 만어사(萬魚寺) 앞에서 공양하고 갔다.”는 전설처럼. 비슬산 아래 용리(龍里)에 있는 ‘용의 알’ 바위를 보면 자연스럽게 용(龍)들의 시신이 돌로 변했다. 즉 비슬산이 해중용궁에서 용솟음쳐 융기할 때 같이 따라왔던 용의 시신들이 굴려내려 너덜겅이 되었다. 둥글게 생겨 굴러 떨어진 게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 “용의 알(龍蛋 혹은 龍卵)”이다. 앞으로도 지질작용을 통해서 “용의 알(dragon eggs)”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글=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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