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행복의 신’ 비슈누 음역
‘진달래 꽃단장하고 봄 나들이’
신라 향가 헌화가로 전해져
영화·드라마 명소로도 알려져
달 바위서 ‘구식례의’ 과정 방영
바람과 달빛이 빚은 하향주는 삼라만상을 품안으로 끌어안은 풍미를 가졌다고 한다. 생성형 AI 생성 이미지.
전반적인 비슬산(琵瑟山)의 산세는 마치 커다란 봉황(鳳凰)이 날개를 펴고 유가읍(瑜伽邑)을 가운데에 놓고 달성군(達城郡), 창녕군(昌寧郡), 청도군(淸道郡)까지를 품고 있다. 비슬산 어머니의 치마 속에서 꼬마 장난꾸러기(작은 산봉우리)들이 희희낙락 놀고 있다. 비슬산(琵瑟山) 북쪽 지맥엔 가창(嘉昌), 화원(花園), 옥포(玉浦), 논공(論工) 경계 지점을 출발해, 비슬산 상산봉(上山峰)인 천왕봉(天王峰,1084m) 능선을 따라 조화봉(照華峰), 대견봉(大見峰), 관기봉(觀機峰)을 거쳐 창녕군(昌寧郡) 성산면(城山面)에 이르며, 청도군(淸道郡)의 각북면(角北面), 풍각면(豊角面)과 경계를 이루었는데 서쪽 산기슭을 따라 촌락이 형성되었다.
비슬산의 유가면 쪽 산구경관(山溝景觀)은 “신(神)의 도끼와 선녀의 수놓은 솜씨(天斧藝繡)”가 수려하다. 그래서 지난 1986년 비슬산을 군립공원(郡立公圓)으로, 1996년 8월 16일 비슬산휴양림(琵瑟山休養林)을 개장했다.
◇진달래 꽃단장한 행복 여신(Vishnu)의 봄나들이
비슬산(琵瑟山)이란 이름은 인도의 3대 신(神) 가운데 ‘행복의 신(God of Fortune)’인 비슈누(Vishnu)를 음역한 것이다. 통일신라 때 천축국(天竺國) 구법승(求法僧)도 늘어났고, 인도에서 이곳에까지 온 설파승(說破僧)도 많이드나들었기에 비슈누(Vishnu, 毘濕奴 毘濕奴派 혹은 毗濕奴)를 비슬(毗瑟 혹은 琵瑟)로 차음표기(借音表記)를 했다. 1281년 보각국사(普覺國事) 일연(一然)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다가 스님답게 중국에서 “부처의 산(佛山, Foshan)이라고 하는 걸 음역해서 포산(Foshan, 苞山 혹은 包山)”이라고 적어놓았다. 억불숭유(抑佛崇儒)의 조선 선비들은 도교 풍류(道敎風流)에 영향을 받아서 천왕봉(天王峯) 정상의 바위를 “옥황상제가 선녀들과 한바탕 놀다가 두고 간 비파와 거문고(天帝仙遊, 後遺琵瑟)”라고 의미를 부여해 비슬산(琵瑟山 혹은 毗瑟山)이라고 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신라 향가(鄕歌) 헌화가(獻花歌)에서도 등장하는 진달래(杜鵑花, 鵑花 일명 참꽃)는 이곳 비슬산에는 “행복의 여신 비슈누가 진달래 꽃단장하고, 비슬산에 봄나들이한다(幸神毘濕神, 以鵑花盛裝,往瑟山春遊).”고 당시에 인구회자(人口膾炙) 되었다. 뿐만아니라 보각국사(普覺國事)가 비슬산 자락 사찰에서 수도하면서 삼국유사(三國遺事) 찬술(撰述)에 대한 구상(構想)과 자료(資料)를 수집했던 찬술처(撰述處)가 포산(包山)이었다.
최근 이곳은 영화 혹은 텔레비전의 국내 드라마 촬영 명소로도 i) 2010년 3월에 영화 ‘추노(追奴)’를 비슬산 참꽃(진달래) 군락을 지나 칼바위에서 개기일식을 맞아 한숨을 돌리면서 휴양림으로 도주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하여, ii)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日蝕)’, iii) 2012년 KBS‘대왕의 꿈’, iv) 2016년 KBS드라마 ‘장영실(蔣英實)’, v) 2016년 MBC 창사드라마 11월 ‘옥중화(獄中花)’에서 참꽃군락지, 대견사 삼층석탑, 달 바위(月臺)에서 구식례의(救食禮儀)하는 과정을 방영했다. 오늘날은 ‘해를 품은 달(日蝕, solar eclipse)’과 ‘달을 품은 해(月蝕, lunar eclipse)’를 자연현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나, 전제군주 때는 태양을 의식하는 국왕이 일식을 당하면, 대신들과 월대(月臺)에서 해(달)가 복원될 때까지 근신하는 의식(救食禮)을 거행했다.
오늘날에는 자연현상(自然現象)이지만, 고대 국왕(國王)과 같은 선지자(先知者)들은 민심안정화(民心安定化) 치유의식(治癒儀式)을 거행했다. 구약성서(舊約聖書, 열왕기하2:20~22)에서 선지자 엘리사(Elisha)가 예리고(Jericho)에 도착하고 보니 성읍의 백성들이 찾아와서 “자연환경은 좋으나 물(民心)이 나빠서 살기가 어렵습니다.”고 호소했다. 한 백성에게 말하여 소금을 담아오게 했고, 가져오자 그 소금을 물에 던지면서, “소금을 던졌으니 물이 좋아졌느니라.”라고 함께 주문을 외쳤다. 성경기록은 소금(salt)이지만 오늘날 풀이로는 “먼저 미소(Smile)를 지어라. 말에 앞서 행동하라(Act). 서로 사랑하라(Love). 그리고 모두 용서하라(Tolerate).”고 가르쳤다는 것을 앞 단어 철자만 모아서 SALT(소금)이라고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오늘날에도 역대 대구시장은 대구 상수도 물사건 때마다 ‘물 마시는 퍼포먼스(Water-drinking Performance)’로 대구시민의 민심 안정화(stabilizing public sentiment)를 도모했다. “고관대작 께서도 마시는데 아랫것들이 무슨 잔소리냐(The high-ranking official is drinking, so what are the subordinates complaining about)?”라는 의미를 갖는 ‘고시아잔 효과’는 대단했다.
◇비슬월광(琵瑟月光)과 쌍계수(雙溪水)가 빚은 하양주(荷香酒)
일전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위스키의 고향(Whisky Country)’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를 방영했다. 맥주(麥酒)는 1만3천 년 전 이스라엘 하이파 나투프(Natuf, Haifa, Israel) 지역에 살던 한 여인이 귀리, 보리 등으로 인류 최초로 술을 빚으면서 시작되었다. 11세기 13세기까지 스코틀랜드의 수도사들이 십자군 전쟁(十字軍 戰爭, Crusades)에 참전했다가 중동 양조기술(中東釀造技術)을 갖고 귀향했다. 영국 북부 스페이(Spey)강물, 야생화 헤더(Heather)로 된 이탄(泥炭)의 매캐한 냄새, 자생(自生) 보리를 싹 틔워 맥주를 만들었다. 이를 다시 40~ 43도까지 증류시켜 생명수(aqua vita)인 위스키(Whisky)를 탄생시켰다. 오늘날 전 세계의 93%의 싱글몰트위스키(single molt whisky)를 양조 공급하는 곳이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 Side, Scotland)다.
그런데 우리는 스코틀랜드 싱글몰트위스키(Scottish single malt whiskey)를 뛰어넘는 풍미를 자랑하는 대구 하양주(荷香酒)를 애써 무시해 왔다. “동네 점바치 용한 줄 모른다.”는 할머니 말씀이다. 연꽃 향기(荷香)가 은은히 나는 술이라서 하향주(荷香酒, Lotus Fragrance Wine)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하향주에는 연꽃이 한잎도 들어가지 않는다. 신비스럽게도 인동초(忍冬草), 약쑥(藥艾) 및 감국(甘菊)의 아로마로 풍미(豊味)를 낸다. 제조 방법은 고사찰요(故事撮要,1554), 규곤시의방 1670), 산림경제(山林經濟, 1710), 규합총서(閨閤叢書, 1809), 양주방(釀酒方, 1837) 등에도 소개되어 있다. 유가읍 음리(陰里) 밀양박씨(密陽朴氏) 종갓집에서 비법을 전수해 왔다.
고려(高麗) 국교였던 불교가 조선 시대에 들어서 억불숭유정책으로 산중으로 몰리면서, 고려 때에 사찰이 갖고 있었던 양조(釀造)와 주조(鑄造) 기술이 절 땅을 소작했던 백성들을 통해 조선 때에는 명문가에서 비법으로 전승되었다. 명문대가(名門大家)의 비법 전승으로 500년 동안 비슬월광(琵瑟月光)과 쌍계천 물(雙溪川水)로 빚었던 하양주(荷香酒)의 풍미는 하늘을 찔렀다.
이렇게 된 사연에는 양조 과정에 억불에 대한 은근한 골계(滑稽)가 녹아내려 풍미를 더했다. 제조 과정에 밑밥으로 ‘자루 떡(柄餠)’과 ‘구멍 떡(孔餠)’으로 꽈배기(twisting) 하는 절차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를 은유(metaphor)했다. 2중 발효와 이중 숙성은 덮치기(recovering)라는 양조 미학(brewing aesthetics)에서 탄생했다. 음식으로 꽈배기(twisting), 덮치기(recovering), 종종걸음 밟기(foxstepping)와 같은 행동은 상상만 해도 너털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여기에다가 비슬산 기슭 절골의 고승들은 하향주(荷香酒)를 곡차(穀茶)로 마셨다. 돼지고기(猪肉)를 ‘도끼나물(斧菜)’, 물고기(魚肉)를 ‘낚시나물(釣菜)’ 혹은 ‘칼나물(刀菜)’이라고 먹었다. 이런 ‘악의 없는 화이트 유머(innocent white humor)’가 하향주(荷香酒)의 풍미를 더하고 있다.
글 그림=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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