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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구논단] 보책피책(補策避責)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논단] 보책피책(補策避責)

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박사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현금 3천만 원으로 높이고, 매매수량단위도 전산 개발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현행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며,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은 금지하고 사전 교육과 위험 안내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반도체주 변동성이 확대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면서 투자자 손실과 시장 충격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처음부터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구조는 투자보다 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한 실제 도입 이후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가 이들 두 종목의 등락에 따라 출렁이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상품 출시 이후 거래대금은 하루 10조 원을 훌쩍 넘었고,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레버리지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레버리지에 끌려다니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둘러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에 나섰지만, 보완책 발표 이후 첫 거래일에도 거래대금은 12조 원을 넘어섰고, 시장 변동성 역시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정책 효과를 자신했던 정부의 기대와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그 결과 이번 보완책에 대해서도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당국에 강력한 시장 모니터링과 추가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시기가 주식시장 급상승 국면과 맞물려 과하게 해석됐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레버리지 ETF 도입으로 외화 유출이 줄어드는 순효과도 나타났다”라고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제기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폐지에 대해서는 상장폐지를 할 경우 시장 충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 이미 투자 규모가 10조 원을 넘는 만큼 폐지 자체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투자자가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상장폐지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정책 실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투자자 보호 역시 정책당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상품 출시를 허용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것도 정부이고, 이제 와서 규모가 너무 커졌으니 손댈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정부다. 결국 “너무 커져서 되돌릴 수 없다”라는 논리는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자기모순일 뿐이다.

금융정책은 예측 가능성과 시장 신뢰를 생명으로 한다.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고위험 상품을 도입한 뒤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고, 다시 폐지는 어렵다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정책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레버리지 ETF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금융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다. 정책은 시행보다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시장 전체의 불안정을 키웠다면 정책당국은 보다 근본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신규 상품 출시 제한, 레버리지 배율 조정, 기존 상품의 단계적 축소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상장폐지가 어렵다면 그 이유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부터 국민 앞에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의 권위는 실수를 하지 않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 있게 바로잡는 데서 나온다. 보책피책(補策避責) 보완책만 내세우며 책임은 회피하는 것은 올바른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 정부는 사과와 해명을 반복하고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결단이다. 시장은 정부의 말보다 행동을 기억한다.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면 이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과감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부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며, 무너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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