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금 우리는 ‘말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에서 가장 신중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공직자다. 공직자의 품격은 ‘말하기’에서 시작된다. 공직자의 말은 국가의 권위이고, 신뢰이며, 시민에 대한 존중이다.
말하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서 상대를 존중하고 공적 맥락을 고려하며 책임 있게 표현하는 종합적 행위다. 특히 공직자의 말하기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공공성이다. 가벼운 농담이나 사적인 언행이라도 공적 위치에서 표현되는 순간 공적 의미를 갖는다. 둘째는 대표성이다. 개인의 생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조직과 국가를 대표한다. 셋째, 기록성과 확산성이다. 공직자의 발언은 즉시 기록되고, 빠르게 확산되며, 영원히 평가의 근거로 남는다. 이와 같은 특성들은 공직자의 말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이유다.
품격있게 말하기를 실천한 공직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넬슨 만델라는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데 있어 말의 힘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그는 반대편 진영을 비난하기보다 포용하는 언어를 사용했고,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복수 대신 화해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역시 감정적인 수사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었다. 메르켈은 코로나19 초기에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품격있게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그들은 ‘사실에 기반한 책임 있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공직자가 범하는 말실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과격하거나 위협적인 표현이다. 말의 내용보다 표현의 방식이 문제 되는 경우다. 공직자의 언어는 포용과 공감이 중요한데도, 위압적인 표현은 저항과 분노를 유발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표현이다.
둘째, 성인지 감수성 부족 발언이다. 가벼운 농담이 성적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아동이나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발언은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최근에 여러 공직자들이 구설에 오르고, 징계를 받는 유형이다.
셋째,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 및 편견 표현이다. 과거 국내외 정치인들이 지역, 성별, 직업, 계층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사례가 있었다.
넷째, 해명 과정에서의 2차 발언 문제다. 초기 발언보다 이후의 해명이 더 큰 논란을 낳는 경우도 많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상황을 축소하는 표현은 청중의 분노를 증폭시키며, 결국 공직자의 사퇴나 낙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점은, 공직자의 말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말의 파괴력이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공직자의 말하기는 ‘순간의 기술’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여야 한다. 그렇다면 공직자가 품위 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소통의 상대방을 읽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말은 내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또한, ‘공적 기준’을 내면화해야 한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허용될 수 있는 표현도 공적 자리에서는 엄격하게 걸러져야 한다. 아울러, ‘언어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성별, 세대별, 직업별, 지역에 대한 편견이 담긴 표현은 무의식중에도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적절한 순간에 말을 아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품격을 보여줄 때가 있다.
결국 공직자의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담는 그릇’이다. 말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책임이 된다. 국민은 정책보다 진정성 있는 언어에 더 깊이 감동한다. 품격 있는 말하기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훈련이 아니라 철학이다. 공직자의 언어가 바뀔 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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