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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舊소련의 군비경쟁과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전략방위구상(SDI),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선언했을 때 소련은 국내총생산(GDP)의 15~20% 이상을 군비경쟁의 블랙홀에 쏟아부었다.

[대구논단] 舊소련의 군비경쟁과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

박재찬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전략방위구상(SDI),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선언했을 때 소련은 국내총생산(GDP)의 15~20% 이상을 군비경쟁의 블랙홀에 쏟아부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미 의회는 첨단 공정뿐 아니라 레거시 공정 장비까지 틀어막고 기존 납품 장비의 유지보수조차 무력화하는 'MATCH 법안'을 발의하며 전방위 대중국 기술 봉쇄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을 국가의 명운이 걸린 '민군 겸용' 핵심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나섰다. 최근 중국 기업이 액침식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자체 생산하고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하며 충격을 주었지만, 특정 전략 분야에 국력을 쥐어짜 넣는 강박적 풍경은 냉전기 미·소 대결의 강렬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소련은 1991년 붕괴 이후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내부 기밀 정보와 사실들이 세상에 드러나며 풍부하고 객관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반면 현재 중국의 상황은 진단에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고, 공식 통계자료의 신뢰성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 다룬 중국 관련 내용은 외부에 공개된 자료와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임을 밝혀둔다.

우선 역사학계의 실증적 평가에 따르면, 소련은 경직된 계획경제의 비효율과 총요소생산성 고갈 속에서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생필품 부족과 민생 파탄으로 붕괴했다. 오늘날 중국 역시 위험한 자원 배분의 왜곡에 직면해 있다. 2019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자 시진핑 지도부는 40년간 지속된 덩샤오핑식 '경제성장 지상주의'를 공식 폐기하고 '국가 안전(안보)과 성장의 동시 중시'로 국정 기조를 전격 전환했다. 부동산 부양을 중단해 거품을 걷어내는 대신 그 자본을 첨단기술로 집중시켰다. 그러나 AI와 첨단 반도체는 천문학적 자본이 쉼 없이 소모되는 '돈 먹는 하마'인 반면, 일반 인민의 생활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낙수효과는 매우 더디다. 오히려 AI 고도화로 일자리가 위축되고, 서민 복지와 분배에 투입될 재정은 고갈되고 있다. 여기에 내부 출혈경쟁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과 아파트 자산가치 폭락이 겹치며 소비가 얼어붙는 등, 첨단산업과 서민경제가 극단적으로 괴리되는 '이중 경제(Dual Economy)'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기술 패권을 향한 중국의 질주는 내부의 경직된 통제 구조라는 거대한 암초와도 충돌한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공유경제, 빅데이터(동수서산 프로젝트),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산업을 대대적으로 띄웠다. 그러나 민간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당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면 예외 없이 '안보'와 '질서'의 명분으로 단속과 규제의 칼을 휘둘렀다. 데이터 해외 전송 규제로 빅데이터 기업의 손발을 묶고, 암호화폐를 전면 불법화했으며, 유망한 생성형 AI 딥시크마저 정치적 검열의 벽에 가뒀다. 2014년 '신안보관' 천명 이후 '발전'과 '당 중앙의 권위 보위'가 충돌할 때마다 중국의 선택은 언제나 정치적 안보였다. 로켓군 수뇌부 숙청을 시작으로 '우주 영웅' 마싱루이가 당에서 제명되고 스텔스기 총설계사 양웨이가 조사를 받았으며, 알리바바 마윈과 칭화유니 자오웨이궈 등 민간·산업계 거물들마저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소련의 붕괴 양상을 중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소련은 고르바초프가 계획경제의 기능 부전을 해결하지 못한 채 글라스노스트(정치 개방)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통제 밸브를 열어젖혔고, 결국 생필품 대란과 15개 연방 공화국의 민족 분열로 자멸했다. 중국은 이러한 체제 붕괴의 트라우마를 철저히 학습했기에 일각의 '중국 붕괴론'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중국은 정치적 민주화를 배제하는 대신 당 중앙으로 권력을 결집한 강력한 '리바이어던(당-국가 체제)'을 구축해 정풍과 반부패 통제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또한 고립되었던 소련과 달리, 중국은 1조~2조 달러 이상을 투입한 일대일로와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통해 고속철도, 통신망, 위안화 결제망으로 묶인 독자적 경제권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통상·기술 제재를 우회하며 연간 1조 달러 수준의 무역 흑자를 창출하는 막강한 외교·경제적 완충벽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당-국가 시스템과 대외적 완충망이 존재한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에 중국이 빠질 수 있는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당의 영도'라는 이념적 족쇄가 기술 생태계의 자율성을 말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숙청의 공포가 연구실과 기업을 지배하면 비판적 사고와 혁신은 멈추고 관료적 보신주의와 허위 보고만 남게 된다. 둘째는 국가적 자부심과 애국주의 선전으로 인민들의 눈을 가리면, 민생의 고단함과 내부의 구조적 불만쯤은 얼마든지 덮을 수 있다는 오만이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셋째는 '돈 먹는 하마'인 첨단기술 자립에만 매몰되어 대중의 삶과 분배, 일자리 안전망을 방치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체제의 내구력은 최첨단 반도체 칩이나 AI 알고리즘의 성취 이전에, 인민들의 기본적인 생계 유지와 사회적 안정에서 나온다. 역사는 증명한다. 과시용 대외경쟁과 선전에 도취되어 안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순을 간과한 정권치고 몰락을 피한 사례는 없었다. 지금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이 대단하면서도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박재찬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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