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심지어 상담의 문턱까지 넘나드는 시대다. 이제 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오늘의 질서가 되었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 그 자체가 아니다. 늘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사회의 태도다. 그래서 요즘 더욱 자주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AI 기본사회’다. 최근 논의에 따르면 AI 기본사회는 AI 확산으로 생기는 노동·소득·교육 구조의 변화를 사회가 포용적으로 흡수하고, 인간의 존엄과 불평등 완화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 구상이다.
이 개념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과 부(富)가 특정 기업과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새로운 분배 원리와 기회 구조를 다시 설계하자는 사회적 제안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국가 AI 대전환과 함께 AI 기본사회 실현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유럽연합의 AI 규제 체계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IMF 또한 AI가 노동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는 기회이자 동시에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결국 이 모든 변화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답은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정답을 빨리 찾는 데 익숙하지만,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힘이다. AI 디지털 교과서와 맞춤형 학습이 확대되더라도,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 협업과 윤리적 판단이 약해진다면 교육은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얇아질 수 있다. 기술이 정답을 제시할수록 인간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는 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견주며, 사람과 기술이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AI가 답을 빠르게 제시할수록, 인간 교육은 오히려 천천히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질문하는 힘, 맥락을 읽는 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힘,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힘 말이다. 이는 그동안 강조해 온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기술이 빨라질수록 인간은 더 깊어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학교만으로 이러한 교육의 전환이 충분한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시간도, 방식도, 구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그 빈틈은 어디에서 채워야 할까.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시설이다. 학교가 성취를 관리하는 공간이라면, 청소년시설은 시도와 실수를 허락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이미 AI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청소년시설은 이러한 배움의 과정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AI 기반 프로그램, 디지털 시민교육, 프로젝트 활동, 지역사회 연계 경험은 청소년들이 기술을 소비하는 존재에서 벗어나, 기술을 활용하고 의미를 만드는 존재로 성장하게 한다.
청소년시설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다. 창의적 활동 공간이자 사회 전환의 완충지대이며, 학교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을 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연습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강력한 교육이 된다.
결국 AI 기본사회의 성패는 기술 수준이 아니라 사회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더 많은 문제를 풀게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좋은 질문을 하게 할 것인가.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할 것인가. 이제 답은 분명하다. 학교는 사고의 깊이를, 청소년시설은 경험의 넓이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가정과 지역사회는 그 두 세계를 다정하게 연결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덜어주는 사회는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을 대신해 주는 사회는 없다. 그래서 AI 기본사회는 결국 기술의 사회가 아니라 사람의 사회여야 한다. 청소년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안전하게 실패하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결국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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