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정제해온 고품질 다국어 뭉치, LLM 개발사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자재
여행·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집된 '살아있는 언어'가 AI 번역의 초격차 실현
매출 11.1%·영업익 45.1% 급증 전망, 향후 AI 산업의 중심축은 '데이터 권력'
(ㅍㅍㅅㅅ 이주환 기자) AI 통·번역 기업 플리토가 실시간 번역 솔루션과 언어 데이터 판매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언어모델, 즉 LLM 개발 경쟁이 이어지면서 고품질 다국어 데이터 수요가 커진 점이 플리토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외견상 단순히 번역·통역 서비스 기업으로 비춰지기 쉽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핵심 사업은 다름 아닌 언어 데이터 판매다.
실제로 플리토의 2025년 매출 가운데 언어 데이터 판매 비중은 약 60%였다. 이 중 수출 비중은 86%로, 국내보다 해외 AI 기업과의 거래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구조다. 플리토는 이미 구글, 메타, 아마존(AWS) 등 주요 빅테크 업체에도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LLM 경쟁 심화될수록 ‘정교한 언어 데이터’ 가치 상승
AI 모델의 성능은 단순히 연산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다양한 언어와 사회적 맥락, 그리고 전문 분야의 표현을 얼마나 정확하게 학습했는지가 실제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플리토는 금융·법률·제조·IT 등 전문 영역과 비영어권 데이터를 10여 년간 구축해온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견조한 실적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플리토는 지난해 1분기 매출 46억 원, 2분기 94억 원, 3분기 118억 원, 4분기 102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합산 기준 약 360억 원 규모로, 이는 2024년(203억 원)과 비교해 무려 77%나 급증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실적의 ‘질적 성장’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길었던 적자의 터널을 지나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으로 입성한 탓에 초기에는 적자 기조가 이어졌으나, 2022년 65억 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2023년 50억 원, 2024년 4억 원으로 빠르게 줄여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확실한 ‘수익 창출 구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국내 사용자 수요는 영어·일본어 집중… 여행 및 비즈니스 영향
소비자용 앱인 '챗 트랜스레이션'의 사용 통계에서는 국내 이용자의 언어 수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내 사용자 기준 영어가 44%, 일본어가 31%를 차지해 두 언어만으로 전체의 4분의 3에 달했다. 이어 베트남어 12%, 중국어 간체 7%, 인도네시아어 2% 순이었다.
회사 측은 영어가 국제 컨퍼런스와 비즈니스 미팅 등에서 널리 쓰이고, 일본어와 중국어는 주요 비즈니스 및 여행 수요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어 사용 증가 역시 베트남 시장 진출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AI 번역이 업무용 도구를 넘어 관광 및 일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쓰이는 빈도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데이터 판매와 솔루션 도입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 관건
플리토는 기업용 실시간 통역 솔루션을 공급하며 쌓은 고객 신뢰가 다시 언어 데이터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데이터 판매가 가교가 되어 솔루션 도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즉, 단발성 앱 사용에 그치지 않고 기업 고객과의 지속적인 거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증권은 플리토의 올해 실적을 매출 400억 원, 영업이익 90억 원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45.1%나 수직 상승하는 수치로, 그동안 공들여 쌓은 데이터 자산이 본격적인 ‘수익화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다만, 빅테크의 데이터 구매 규모나 B2C 유료 고객 유지율 등 실적을 결정지을 변수들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이번 전망은 AI 산업의 주도권이 모델 개발사를 넘어 데이터 구축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장의 확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ㅍㅍㅅㅅ / PPSS ) 이주환 기자 kamchatka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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