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JTBC 사옥. 중앙그룹
코람코자산신탁이 중앙그룹의 서울 상암동 사옥 등을 약 5500억 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주요 임차인인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신용 리스크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법원 관리를 받게 된 중앙그룹도 사옥 등을 포함한 기존 자산들의 유동화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다 포괄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중앙홀딩스 측에 부동산 인수를 위해 납부했던 20억 원대 이행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했다. 중앙홀딩스도 법원에 해당 자금을 우선 변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코람코 측은 해당 자금이 회생절차 시 동결되는 회생 채권이 아닌 단순 보증금 성격이어서 즉시 반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코람코와 중앙홀딩스는 올해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중앙일보·JTBC 사옥 2개 동, 경기 고양시 일산 스튜디오 등 총 3개 자산에 대한 매매 절차를 밟아왔다. 당초 양측은 8월 중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앙홀딩스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등 4개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지난달 30일 개시됐다. JTBC는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ARS)을 시작했고 중앙일보는 이날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이 개시될 예정이다.
당초 중앙그룹은 이번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입될 수천억 원의 현금으로 누적된 채무를 상환하고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진화하려 했다. 코람코 역시 기업 구조조정과 유동화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춰 이번 거래를 추진했으나 매각 대금이 유입되기 전 중앙의 주요 계열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돼 양측의 계획은 첫 단추를 채우기 전에 중단됐다.
IB 업계는 코람코의 이번 보증금 반환 요청을 사실상 인수 철회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람코 내부에서도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상 기존 조건으로는 자산을 인수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들의 경영 악화로 향후 임대료 정상 납부가 불확실해진 만큼 과거 책정한 전체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앙그룹 사옥의 매각 방식이 경쟁입찰 등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그룹 입장에서도 법정관리로 시간을 벌어둔 만큼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공개 경쟁입찰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향후 중앙그룹은 법원의 판단과 대주단 요구에 따라 부동산 등 매각 가능 자산들을 추려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될 것”이라며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법원의 회생판단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자산의 처분에 관해서도 함께 검토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 회수는 당초 거래 기한 내 클로징이 어렵다는 양측의 입장이 일치해서 반환을 요청한 것”이라며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거래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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