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단독] 그룹 권력구도 따라… SK 싱크탱크, '하이닉스'로 이적

SK텔레콤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거쳐 이제는 SK그룹 AI 사업 핵심 거점인 SK하이닉스 전략 체제로 완전히 전환된 모양새다. 단순히 조직을 효율화하는 차원을 넘어 그룹 내 권력의 추가 ICT...

[단독] 그룹 권력구도 따라… SK 싱크탱크, '하이닉스'로 이적

SK 서린빌딩 전경 /사진제공=SK

SK그룹의 전략 산실이자 최태원 회장의 핵심 참모 조직인 SK경영경제연구소가 최근 2년 사이 소속을 두 번이나 바꾸는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거쳐 이제는 SK그룹 AI 사업 핵심 거점인 SK하이닉스 전략 체제로 완전히 전환된 모양새다. 단순히 조직을 효율화하는 차원을 넘어 그룹 내 권력의 추가 ICT(정보통신기술)에서 AI 반도체로 완전히 옮겨왔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경영경제연구소가 기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SK하이닉스로 소속을 옮기고 수펙스 내에 위치한 서린동 사무실을 떠나 여의도에 새 둥지를 텄다.

'성골' 계열사로 집결…연구소 연쇄이동 중심엔 'AI'

재계에서는 이번 이동을 두고 SK그룹 내 권력과 자원이 하이닉스로 모여드는 'AI 올인' 전략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본래 SK경영경제연구소는 SK텔레콤 산하에서 ICT 기반의 미래 먹거리를 구상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3년 말 최태원 회장이 '리밸런싱'을 선언하며 연구소를 수펙스 직속으로 옮겨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을 지휘토록 했고 불과 2년 만인 이번 2025년 말 조직개편에서 연구소의 모든 역량을 그룹 AI 사업의 실질적 본체인 SK하이닉스로 전진 배치했다.

당초 SK경영경제연구소가 탄생한 기원을 살펴보면 이 같은 행보는 그룹의 주력 사업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연구소의 뿌리는 1990년대 초반 당시 그룹의 핵심 축이었던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산하의 경제연구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기점으로 그룹의 무게중심이 에너지에서 정보통신으로 옮겨가자 연구소 역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20여 년간 ICT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 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의 연구소가 석유와 통신이라는 그룹의 전통적인 캐시카우를 지키는 '참모 조직' 역할에 충실했다면 최근 2년 사이 벌어진 연쇄 이동은 연구소의 성격이 '실무형 전략 추진 기구'로 급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하이닉스 체제로 편입한 것은 그룹의 생존권이 더 이상 통신이 아닌 AI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최 회장의 실리적 판단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에서 경영경제연구소의 위치는 곧 그룹 전략의 무게중심을 의미한다"며 "과거 유공(에너지)에서 SK텔레콤(통신)으로, 이제는 SK하이닉스(AI 반도체)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는 그룹의 생존 전략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금융 전문가 'AI 전략' 등판…'투자은행형' 싱크탱크로 진화

이런 조직 개편의 중심에는 2023년 말 영입된 박석중 부사장이 있다.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부사장 출신인 박 부사장은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빅데이터 및 디지털 전환(DX) 전문가다. 그가 영입된지 2년 만에 하이닉스 체제로 이동한 것은 SK가 AI 반도체를 단순 제조를 넘어 자본시장과 데이터 생태계가 결합된 '그룹 AI 비즈니스의 총아'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통 경제학자 대신 시장의 언어에 능통한 박 부사장과 같은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연구소의 성격이 과거의 학구적 자문에서 벗어나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SK그룹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AI 실전 전략'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동맹을 맺으면서 연구소의 역할 역시 단순 분석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가치를 설계하는 쪽으로 변모했다.

물리적 거점이 바뀐 것도 이같은 실리주의를 뒷받침한다. SK경영경제연구소가 SK수펙스 조직이 위치한 종로 서린빌딩을 떠나 여의도로 사무실을 별도 분리한 것은 박석중 부사장의 증권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여의도 시대의 연구소는 이제 관료적인 본사 분위기에서 탈피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투자 전략과 AI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투자은행(IB)형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태원의 'AI 올인' 시그널…'돈 되는 계열사'에 편류 시각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그룹

SK경영경제연구소가 SK하이닉스 소속으로 변경된데는 결국 최태원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AI 중심' 그룹 재편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현재 SK그룹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모든 역량을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SK텔레콤이 성장을 견인하던 시절에는 연구소가 ICT 생태계 구축에 주력했으나 이제 그룹의 생존권이 SK하이닉스의 AI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브레인 자원을 하이닉스로 일원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SK경영경제연구소의 행보는 국내 재계 싱크탱크 운영 모델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그룹의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가 계열사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룹 전반의 이데올로기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SK경영경제연구소는 그룹의 핵심 사업 거점을 따라 호적을 옮기며 철저히 실행 중심의 행보를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연쇄 이동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룹 전체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싱크탱크가 지나치게 단기 수익이 좋은 계열사 산하로만 편입되면서 자칫 특정 사업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내 컨설팅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력 효율화가 진행 중인 그룹 내 상황에서 가장 현금 동원력이 좋은 SK하이닉스 소속으로 변경된 것을 두고 연구소의 독립적인 연구 기능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실적 뒷받침에 치중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돈이 벌리는 곳으로 브레인이 모이는 것은 실리적인 선택이지만 싱크탱크 본연의 역할인 장기적 통찰과 객관적인 그룹 진단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숙제"라고 짚었다.

여의도 시대를 연 SK경영경제연구소가 하이닉스의 'AI 거점'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그룹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균형 잡힌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