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을 당시의 다카이치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집권 자민당의 수장이 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당 총재에 오른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취임 초기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이른바 ‘다카이치 열풍’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1년을 돌아보며 초기 지지세를 이끌었던 중도층의 기대가 정책 성과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지지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같은 달 21일 내각을 출범시켰다.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과 함께 세습 정치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기존 일본 정치의 틀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인 ‘사나에’에서 따온 ‘사나’와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오시카쓰’를 합친 ‘사나카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따라 구매하거나 정치인을 연예인처럼 소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1년 만에 약화했다. 마이니치는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변화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으면서 특히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바현에 살며 항공업계에 종사한다는 30대 여성 A씨는 이 신문에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하며 중국과 관계가 멀어진 것을 지적하면서 “과연 일본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을 나타냈다.
또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사용됐던 ‘사나카쓰’라는 표현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다만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마이니치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5%로 나타나 비지지율 40%를 웃돌았다. 출범 직후 65%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니치는 정권 출범 당시의 높은 기대감은 사라졌지만 약 40% 수준으로 추정되는 보수 성향 지지층이 다카이치 내각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책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워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재무성 등 관료들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처하는 그가 재정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와 다른 노선을 취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는 재무성을 활용한 시장 배려와 반(反)재무성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미국 정부조차 일본의 경제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지지층을 의식한 모호한 행보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다카이치 내각이 확장재정 일변도인 경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