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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시 국제 연대의 시간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이 와중에 기후 급변, 불평등 심화, 인공지능 개발 광풍, 난민 급증 등에 대한 대응이 늦춰지기만 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구부려 보자는 희망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좌파 정당이나...

다시 국제 연대의 시간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진보 동원’ 행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4월1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글로벌 진보 동원’(GPM) 대회와 ‘민주주의 수호’ 4차 회의가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와 충돌하며 상식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각국 정상들, 가령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등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들이 한데 모인 모습 자체가 트럼프 정부에 맞선 시위였고, 따라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주주의 수호 회의는 극우파의 약진과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대처하기 위해 룰라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 주도로 시작됐다. 전에도 몇차례 회합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전쟁 국면이라 새삼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모임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틀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인 글로벌 진보 동원 첫 대회와 함께 한 점도 뜻깊었다. 글로벌 진보 동원은 유럽의회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을 대표하는 ‘유럽 사회당’(PES)과 세계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오래된 국제조직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 그리고 2013년에 새로 창립된 ‘진보연합’(PA)(브라질 노동자당 등이 주도하는 점이 사회주의인터내셔널과 크게 다르다)이 더 넓고 활발한 연대를 위해 오랜 준비 끝에 띄운 새로운 소통과 교류의 무대다.

글로벌 진보 동원이 새로운 것은 우선 대륙의 경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유럽 사회민주주의 세력은 오랫동안 유럽연합 내 정치에 치중해왔고, ‘국제’조직이라는 사회주의인터내셔널도 중심이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에 쏠려 있었다. 반면에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좌파 정치세력들은 상파울루 포럼, 세계사회포럼 등을 무대로 삼아 서유럽 사회민주주의와 구별되는 또 다른 큰 흐름을 이뤄왔다. 글로벌 진보 동원은 이 양대 흐름이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아직은 출발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을 뺀 좌파 흐름은 빠져 있고,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대륙에서는 여전히 참여가 미미하다.

글로벌 진보 동원이 과거 비슷한 시도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대목은 바로 지금 국제 연대를 ‘해야 한다’는 절박성이다. 극우 정치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고, 파시즘의 발톱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형편이다. 이 와중에 기후 급변, 불평등 심화, 인공지능 개발 광풍, 난민 급증 등에 대한 대응이 늦춰지기만 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구부려 보자는 희망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좌파 정당이나 사회운동이 예전처럼 시야를 자국 내부로만 한정했다가는 이런 역사의 역류에 속절없이 쓸려갈 판이다. ‘국경을 넘어’ 지혜를 모으고 경험을 나누며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많은 이들이 이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진보 동원 같은 시도는 시민들 사이에서 아래로부터 국제 연대의 요청이 대두하고 있는 최근 큰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이미 많은 나라 시민들은 트럼프 정부에 맞서는 미국 내 시위를 남 일이라 느끼지 않으며, 온라인에서는 12·3 친위 쿠데타를 진압한 경험을 지닌 한국 시민들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폭주에 맞서는 일본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는 끝났지만, 민중의 지구화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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