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영광군, 경로당 25곳 정해 비대면 진료 거점으로 활용
결제·처방전 전송까지는 지자체 중 처음…“약 수령 방안도 검토”
전남 영광군 묘량면 장동경로당에서 지난 14일 이태연씨가 비대면 진료 전용 스마트기기로 읍내 병원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전남광주 영광군 외곽 마을 주민들에게 ‘병원 다녀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군내 병의원과 약국 대부분이 영광읍에 몰려 있는데, 주민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아 한 번 놓치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 진료를 보고 돌아오는 버스 시간까지 맞추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기 일쑤다.
영광군은 이런 의료 공백을 줄이고자 경로당을 비대면 진료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 중인 ‘어르신 스마트경로당 구축사업’으로, 군은 경로당 400여곳 가운데 읍면별 거점 25곳을 정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영광군이 지난해 선정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이 토대가 됐다.
어르신 스마트경로당에는 비대면 상담에 진료비 결제와 처방전 전송 기능까지 더했다. 기기 한 대로 진료부터 결제, 처방전 전송까지 처리하는 방식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라고 영광군은 설명했다.
지난 14일 찾은 장동경로당에서는 주민들이 차례로 전용 키오스크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이재옥씨(75)가 “요즘 속이 쓰리고 자꾸 어지럽다”고 말하자, 장동마을에서 7.6㎞ 떨어진 읍내 내과 의사는 증상과 복용약 등을 확인한 뒤 위장약과 어지럼증약을 처방했다. 그런 다음 이씨가 화면에서 약국을 고르고 카드로 결제하면 처방전이 해당 약국으로 전송된다.
비대면 진료는 사전 등록한 인근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군내 병의원 16곳과 약국 13곳이 참여하며 등록 주민은 지난해 267명에서 최근 420명으로 늘었다. 월 진료 건수는 많게는 90건이 넘는다. 59가구(86명)가 사는 장동마을은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가 월 30건 안팎으로, 25개 거점 스마트경로당 중 가장 많다.
다만 처방약을 받으려면 약국에 직접 가야 한다. 현행법상 약 배송 및 대리 수령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장동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도 4㎞가량 떨어져 있다. 이태연 장동경로당 회장(74)은 “아직 불편한 것은 맞지만, 병원에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의사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병원에서 접수하고 기다리는 시간만 빼도 2시간은 아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기 조작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돕는 봉사 인력 2명이 정기적으로 거점 경로당을 찾는데, 이들이 주민들의 약국 이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마을 최고령인 이계순씨(92)도 이날 최승연 자원봉사자(58)의 도움을 받아 최씨의 차로 약국에 다녀왔다. 최씨는 “시스템이 보완돼 집이나 경로당에서 약까지 받을 수 있다면 어르신들이 더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은 관련 규정을 검토해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약 수령을 지원할 방안을 살펴보는 한편 올해 기기를 20곳에 추가해 스마트경로당을 총 4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농촌 어르신들이 가까운 경로당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불편을 보완하고 더 많은 주민이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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