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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뉴욕이 숨죽였다”…전도연·박해수 ‘벚꽃동산’, 한국어인데 美 관객이 울고 웃었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어로 펼쳐진 연극 ‘벚꽃동산’이 1200석 객석을 가득 채우며 뜨거운 환호를 끌어냈다.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강렬한 연기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뉴욕 관객을 사로잡았고,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기립박수가 터졌다.

서울서 시작해 뉴욕 도착…3년 여정 마지막 무대

총 11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1200석 객석 기립박수

韓 배우들 열연에 뉴욕 공연계 극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어로 펼쳐진 연극 ‘벚꽃동산’이 1200석 객석을 가득 채우며 뜨거운 환호를 끌어냈다.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강렬한 연기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뉴욕 관객을 사로잡았고,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기립박수가 터졌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고 사이먼 스톤이 연출·각색한 ‘벚꽃동산’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 웨이드 톰슨 드릴 홀에서 북미 초연의 막을 올렸다.

이번 무대는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한국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2024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시작한 ‘벚꽃동산’은 부산을 거쳐 홍콩, 싱가포르, 애들레이드까지 이어진 3년간의 여정을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완성하고 있다.

개막 공연부터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도연이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숨을 죽였고, 배우들의 빠른 호흡과 생생한 연기가 이어지자 작품 속으로 빠르게 몰입했다.

한국어로 공연되고 영어 자막이 제공됐지만 언어의 간극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적인 유머와 대사의 리듬에 뉴욕 관객들은 연이어 웃음을 터뜨렸다. 극 중 ‘뉴욕’이 언급되는 장면에서는 특히 큰 웃음이 나왔다. 반면 모든 것을 잃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장면이 끝난 순간, 객석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웃음과 침묵을 오가던 1200명의 관중은 박수화 환호를 터뜨리며 한국에서 출발한 연극의 뉴욕 입성을 뜨겁게 환영했다.

전도연은 과거를 놓지 못하는 ‘송도영’ 역을 맡아 천진함과 불안, 허영과 상실을 오갔다. 가벼운 농담에서 깊은 슬픔으로 순식간에 감정을 전환하는 연기로 작품의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이끌었다. 첫 공연을 마친 뒤 “뉴욕 첫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긴장되는 무대였다”며 “공연이 끝난 뒤 관객분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해수는 성공한 사업가 ‘황두식’ 역으로 무대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운전기사의 아들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의 욕망과 상처를 단단한 에너지로 표현하며, 절제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뉴욕 무대에서, 그것도 한국어로 관객분들 앞에 서서 연기할 수 있어 배우로서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다”라며 “커튼콜 때 보내주신 기립박수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두 배우뿐 아니라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이세준, 이주원, 박희정 등 열 명의 배우가 만들어낸 앙상블도 호평을 이끌었다. 배우들은 객석 통로를 가로지르며 등장하고 퇴장하는 사이먼 스톤 특유의 연출 속에서 빠른 대사와 유머, 침묵과 표정을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뉴욕 공연계 관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의 에이미 카셀로 예술감독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지만, 배우들의 감정이 매우 분명하게 전달됐다며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 전체에서 느껴지는 긴밀한 호흡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대 스커볼 공연예술센터의 제이 웨그먼 예술감독은 “정말 마법 같은 밤이었다”라며 체호프의 고전을 한국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맥락으로 풀어낸 점과 번역·각색을 극찬했다.

영국 바비칸 센터의 바이가일 포그슨 CEO(최고경영자)는 “이미 잘 알고 있고 여러 차례 공연으로 접했던 고전 작품을 이처럼 새로운 방식과 맥락으로 풀어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작품이 지닌 복합성을 자신감 있게 탐구해 나가는 무대는 매우 깊고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무대 역시 뉴욕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5만5000ft²(약 5110㎡) 규모의 웨이드 톰슨 드릴 홀에는 사울 킴의 투명한 유리집이 들어섰다. 거대한 공간 속 유리집은 화려한 일상과 그 이면의 균열을 동시에 드러내며 한 가족의 상실과 붕괴를 밀도 있게 보여줬다는 호응을 끌어냈다.

‘벚꽃동산’은 2024년 서울 초연 당시 30회 공연, 객석 점유율 95%, 약 4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 애들레이드 등 해외 무대에서도 공연을 이어갔으며, 홍콩 공연은 티켓 오픈 15분 만에 세 차례 공연이 매진됐다.

이번 뉴욕 공연 역시 뜨겁다. 북미 초연은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며 총 11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됐다.

서울에서 시작한 한국어 연극이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를 거쳐 뉴욕의 중심 무대까지 도착했다. 전도연과 박해수를 비롯한 한국 배우들의 연기, 사이먼 스톤의 동시대적 해석이 만난 ‘벚꽃동산’이 뉴욕에서 남긴 기립박수는 3년간 이어진 여정의 강렬한 마지막 장면이 됐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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