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에 ‘콜로서스1’ 임대
‘ xAI→전력회사’로 육성 속셈
“오픈AI 독주 견제” 공동대응
일론 머스크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 기업 앤트로픽은 원래 가장 가까워지기 어려운 조합처럼 보였다. 머스크는 “AI가 지나치게 착해지려 하면 오히려 위험해진다”고 주장해왔고, 앤트로픽은 AI 안전성을 거의 종교처럼 강조해온 회사다. 머스크가 ‘위선적’이라고 공개 비판했던 대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앤트로픽이었다. 그런데 그런 두 회사가 이제 손을 잡았다.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에서 ‘전력과 GPU’로 이동하고 있다. 한때 생성형 AI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의 싸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좋은 모델을 만드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억 명이 동시에 AI를 쓰기 시작하자 이제는 그 모델을 실제로 돌릴 연산 자원이 더 중요해졌다. AI 시대의 진짜 무기는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전기와 서버, 그리고 GPU가 된 셈이다.
앤트로픽이 머스크의 데이터센터 문을 두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클로드는 올해 들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졌다. 원래 개발자들 사이에서 ‘코딩 잘하는 AI’ 정도로 통했지만, 이제는 일반 사용자층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1년 만에 사용자가 14배 넘게 폭증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챗GPT가 여전히 압도적 1위지만, 클로드는 이제 대안 AI 수준을 넘어 독자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인기가 많아질수록 AI 기업은 역설적으로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AI를 많이 쓸수록 GPU와 전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소모된다. 실제로 클로드 사용자들이 자주 경험했던 사용량 초과 메시지는 단순한 불편감이 아니다. AI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연산량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장면이다.
그래서 이번 계약은 사실상 앤트로픽의 전략 수정 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앤트로픽은 오픈AI처럼 무작정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방식을 경계해 왔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경쟁사들을 향해 “오늘만 사는 것처럼 투자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클로드 이용자가 폭증하자 결국 앤트로픽 역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AI 기업에게 이제 컴퓨팅 파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된 것이다.
흥미로운 건 머스크의 선택이다. 머스크는 왜 경쟁 AI 기업에 자기 데이터센터를 내줬을까. 표면적으로는 남는 집을 세놓은 것처럼 보인다. xAI는 새 데이터센터 ‘콜로서스2’로 이사했고, 기존 ‘콜로서스1’을 앤트로픽에 임대한 셈이다. 하지만 이 거래의 본질은 임대료 수익이 아니다. 머스크는 이번 계약을 통해 xAI가 단순 AI 스타트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AI 시장에서 가장 비싼 자산은 GPU를 얼마나 확보했느냐, 그리고 그걸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다. 이는 과거 클라우드 시대에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 AWS는 원래 아마존 내부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인프라였지만, 결국 전 세계 IT 기업들의 기반 시설이 됐다. 머스크 역시 xAI를 단순히 그록(Grok)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 시대의 ‘전력회사’처럼 키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오픈AI 견제라는 공통 이해관계도 있다. 머스크는 오픈AI와 사실상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앤트로픽 역시 챗GPT를 가장 위협하는 후발주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철학은 달라도 “오픈AI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해관계만큼은 맞아떨어진다. AI 업계가 점점 기술 경쟁을 넘어 세력 재편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협력은 AI 산업이 이제 지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양사가 우주 데이터센터 가능성까지 함께 언급한 건 공상과학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AI가 요구하는 전력과 냉각 비용이 너무 커지자, 이제는 우주가 새로운 인프라 후보지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머스크와 앤트로픽의 협력은 ‘적과의 동침’이라기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다. AI 시대에는 철학보다 GPU가 더 중요해졌고, 경쟁보다 생존이 더 시급해졌다. 그리고 지금 실리콘밸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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