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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룸에서] ‘무노조’ 폐기 6년 만에 총파업 전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와 이를 쟁취하기 위한 총파업 시도가 노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는지, 잘나갈 때 한몫 챙기고 끝나버린...

[뉴스룸에서] ‘무노조’ 폐기 6년 만에 총파업 전운

권지혜 산업1부 차장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2020년 5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건으로 그룹 고위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파문이 일자 그룹 창립 이래 82년간 이어온 무노조 경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삼성 노사 관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재계에선 삼성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노동계에선 면피성 선언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에는 전체 직원 약 12만9000명 중 7만명 이상이 가입한 과반 노조가 들어섰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책정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앨 것을 요구하며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노조가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개최한 투쟁 결의대회에는 약 4만명이 참석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집회다. 노조는 이 기세를 몰아 총파업에 돌입하는 날 서울 용산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큰 부침을 겪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실기로 AI 반도체 공급망 진입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1~3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도 수율과 고객사 확보 문제로 부진에 시달렸다. 삼성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초격차 리더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론이 불거진 게 불과 1년 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출하하며 시장 주도권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3조6011억원)보다 13조원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경영진의 결단과 이를 실행한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동시에 AI 확산이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 메모리 초호황 국면을 타고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한 외부 호재에 힘입은 측면도 크다. 회사 실적이 좋으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사측의 어떠한 제안에도 성과급 상한 폐지만을 요구하는 지금 노조의 행태는 지나친 감이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고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특별포상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균 연봉 1억5800만원 삼성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은 것 같다. “수십년 투자의 결실을 하루에 다 따려 한다” “셀프 성과급 책정”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앞으로 5년 뒤 AI는 우리 일상에 더 깊숙이 스며들겠지만 지금처럼 반도체 시장이 계속 호황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구글의 ‘터보퀀트’처럼 AI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혁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와 이를 쟁취하기 위한 총파업 시도가 노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는지, 잘나갈 때 한몫 챙기고 끝나버린 이벤트였는지는 머지않아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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