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PC·모바일·파운데이션 모델까지 포괄하는 한·AMD 협력 확대 행보
-HBM4 우선 공급·MI355 GPU 도입·AI 고속도로 정책 논의 등 ‘소버린 AI’ 전방위 공조 구도
악수하는 리사 수 AMD CEO-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연합뉴스
[뉴스로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1박 2일 방한 일정 동안 삼성전자, AI 스타트업, 청와대 핵심 참모를 잇달아 만나며 한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동맹 구체화에 나섰다. 수 CEO는 “논의할 주제가 많다”며 PC·모바일·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협력 확대를 예고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수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과 회동했다. 사옥에 도착한 수 CEO는 취재진이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묻자 “논의할 주제가 많다”고 답했다. 삼성과의 AI PC 협력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 좋은 미팅을 할 예정이니 지켜보시죠”라며 의미심장한 답을 내놨다.
이날 삼성 측에서는 김정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부사장이 서초사옥 입구로 나와 수 CEO를 직접 맞이했다. 업계는 양사가 PC와 태블릿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포함한 AI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대한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반도체 중심 파트너십이 디바이스·서비스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신호라는 관측이다.
AMD와 삼성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CPU와 메모리·파운드리를 잇는 다양한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협력을 이어온 대표적인 전략 파트너다. 특히 이번 방한을 계기로, 그동안 주로 반도체(DS) 부문에 집중됐던 협력이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그중에서도 MX사업부로 본격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 CEO는 방한 첫날인 전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AI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등 반도체 핵심 경영진이 동석해 차세대 AI 칩·메모리·제조공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MD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차세대 AI 메모리·컴퓨팅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삼성전자를 AMD AI 가속기에 탑재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6세대)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했다. 엔비디아에 이어 글로벌 GPU 2위 업체인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HBM4 공급망을 삼성과 묶으면서, 한국 메모리 산업의 전략적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평가된다.
수 CEO의 행보는 민간 기업에 그치지 않았다. 노태문 사장과의 회동에 앞서 그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와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수 CEO는 “한국의 소버린 AI 역량을 높이고 AI 혁신 가속화에 필요한 성능과 효율성, 개방형 생태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독자 AI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업스테이지는 AMD와의 협력의 일환으로 향후 1년간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AMD 인스팅트(Instinct™) MI355 GPU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된 GPU는 업스테이지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SOLAR)’와 문서처리 AI 솔루션 고도화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빅테크 대신 AMD 기반 인프라를 택해 자체 LLM을 키우는 사례로, ‘소버린 AI’ 구현을 위한 인프라 다변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업스테이지는 또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사로서, 국가대표급 AI 모델 개발에도 AMD GPU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 주도의 대형 AI 프로젝트에 AMD가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면, 한국의 공공·산업용 AI 인프라 전반에서 엔비디아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 CEO는 삼성·업스테이지와의 회동 이후에는 광화문 인근에서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구도,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등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정책, 그리고 한국의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이 단순한 courtesy 방문을 넘어, △삼성과의 차세대 AI 반도체·HBM4 공급 협력 구체화 △AI PC·모바일 생태계에서의 전략적 공조 △국내 AI 스타트업 및 정부와의 ‘소버린 AI’ 인프라 동맹 구축 등 복합적인 전략 행보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AI 경쟁이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AMD가 한국을 핵심 파트너이자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구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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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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