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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조의 존재감은 교섭 테이블에서 증명된다

노조의 존재감은 교섭 테이블에서 증명된다 박인섭 사회부장 현대차 노사가 오늘 오후 2시 교섭을 재개한다... 우리 사회가 왜 생산을 멈추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의 파업을 권리로 보장해 주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파업 없이 요구를 관철해 낸 그 시간이야말로 노조의 협상력이 가장 잘 증명된 구간이었고, 지역사회도 그 변화를 반겼다...

노조의 존재감은 교섭 테이블에서 증명된다

박인섭 사회부장

현대차 노사가 오늘 오후 2시 교섭을 재개한다. 한 달 넘게 멈춰 있던 테이블이 다시 열린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로 예정돼 있던 파업도 교섭 재개와 함께 거둬들이기로 했다. 파업 일정이 교섭 일정에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한 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리가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지 실질적인 접점을 만들지가 이번 교섭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난 한 달간 교섭보다 파업이 앞섰던 것은 여러 원인이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최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을 엿보면 노조의 강경 투쟁 배경을 유츄해 볼 수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의 결집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졌고, 그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수년 동안 파업도 하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다 보니 노조의 존재가치가 많이 떨어졌다""이번 기회에 노조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청년 조합원들이 투쟁의 맛을 몰라서 투쟁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발언들이 들린다. 파업을 교섭의 수단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도구로 여기는 듯한 일부 활동가들의 태도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왜 생산을 멈추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의 파업을 권리로 보장해 주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파업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하게 마주 앉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불균형을 메우라고 사회가 감수하기로 한 비용이다.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지키는 데 쓰라고 내준 권리이지, 조직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데 쓰라고 내준 권리가 아니다. 법이 인정하는 쟁의행위의 목적도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한정된다. 파업의 목적이 교섭 밖으로 나가는 순간, 노조는 스스로 그 권리의 근거를 허무는 셈이다.

절차의 무게도 마찬가지다. 법이 교섭 결렬과 노동위원회 조정,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파업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라는 데 있다. 파업은 언제든 꺼내 쓰는 상비 카드가 아니라, 교섭으로 도저히 좁혀지지 않을 때 마지막에 여는 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섭을 재개하면서 그날의 파업을 접기로 한 결정은 뒤바뀌어 있던 순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걸음이다. 남은 과제는 그 순서를 오늘 하루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다음 파업을 몇 시간으로 할지가 아니라 쟁점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는지가 계속 먼저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그 사이 파업의 파장은 이미 공장 담장 밖으로 번졌다. 지난달 중순 2시간으로 시작된 부분파업은 휴가 복귀 이후의 추가 파업까지 더해 누적 60시간에 이르렀고, 네 차례의 특근 거부를 포함한 생산 차질은 4만 2,510대로 집계됐다고 한다. 업계가 추정하는 파업 시간당 매출 손실 187억 원을 적용하면 손실액은 1조 8,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대차는 뒤늦게라도 특근으로 만회할 여지가 있지만, 재고를 쌓아둘 여력이 없는 부품 협력사는 멈춘 시간만큼의 매출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오늘 하루 파업을 멈춘 것만으로도 그만큼의 피해를 덜어낸 셈이지만, 교섭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다시 파업 일정이 잡히면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협력사와 지역 상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앞선 발언들이 노조 스스로의 성과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무분규로 교섭을 매듭지었고, 그 기간에도 조합원의 임금과 처우는 뒷걸음질하지 않았다. 파업 없이 요구를 관철해 낸 그 시간이야말로 노조의 협상력이 가장 잘 증명된 구간이었고, 지역사회도 그 변화를 반겼다. 그 6년을 '평온하게 지내며 존재가치가 떨어진 시기'로 규정하는 것은 노조의 성과를 스스로 지우는 일이다.

노조의 존재가치는 파업 일수로 증명되지 않는다. 젊은 조합원에게 정말로 보여줘야 할 것도 투쟁의 정신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해 본 경험이다. 회사 역시 테이블이 다시 열린 만큼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파업을 접고 마주 앉기로 한 오늘의 선택이 하루짜리 휴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해법은 파업 현장이 아니라 마주 앉은 교섭 테이블에 있다.

박인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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