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5월 4일~2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5.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35.69%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상승률을 상회했는데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노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총파업 우려와 노조 리스크를 떨쳐낸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다시 펀더멘탈(기초체력)로 향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경쟁사 대비 우월한 실적 모멘텀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7만원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5월 4일~2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5.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35.69%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상승률을 상회했는데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노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원래는 이날 대규모 총파업이 예정돼 있었으나 전날 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이름을 올릴 뻔했던 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날 오전 10시 41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43% 급등한 29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조 리스크를 떨쳐낸 삼성전자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이제 다시 본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과 이익 모멘텀을 바라보고 있다. 노조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됐고 3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메모리 가격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파업 및 성과급 산정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으나 이는 관련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2분기와 3분기 메모리 가격은 기존 시장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실적 추정치 상향 여지는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용 D램 제품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4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6.00달러로 전월 대비 23.08% 급등했다. 2025년 4월 1.65달러를 기록한 이래 1년 새 약 10배가 급등한 셈이다. D램 가격은 2016년 6월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5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DDR4 이하 구형 제품 생산을 지속해서 중단하면서 공급난이 심화한 영향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저사양 스마트폰 감산으로 오히려 모바일 D램 평균 탑재량이 상승하고 있다"며 "게다가 엔비디아 '베라'의 본격적인 LPDDR(소캠) 수요 잠식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LPDDR D램의 구조적 수요 강세와 삼성전자 주도의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시장 계약가격의 전 분기 대비 상승세가 1분기에 비해 추가로 확대되는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서버 플랫폼인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베라 CPU(중앙처리장치)에는 저전력 고속 메모리(LPDDR5X)가 최대 1.5테라바이트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기존 그레이스(Grace) CPU(480GB)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연일 높여 잡으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실적 상향을 점쳤다. 최근 삼성전자 리포트를 발간한 유진투자증권(36만원→50만원), 다올투자증권(39만원→45만원), 한국투자증권(37만원→57만원), 미래에셋증권(40만원→48만원), 신한투자증권(30만원→55만원) 등이 삼성전자 주가 눈높이를 상향 조정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범용 D램 ASP(평균판매단가) 상승률을 기존 30%에서 60%로 상향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을 각각 13%, 16% 상향한 377조원과 573조원으로 제시한다"며 "2026년 ASP 상승을 범용 D램과 낸드가 주도함에 따라 범용 메모리 CAPA(생산능력)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 모멘텀은 경쟁사 대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계약을 분기 또는 연간 단위로 맺었으나 최근에는 3∼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2028~2030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 구조를 선수주·후생산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수년간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최근 논의되는 장기 공급 계약은 구매 물량을 미리 확정하는 구속력 강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삼성전자의 2026년,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각각 339조9563억원, 430조864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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