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울산시 교통국장이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울산시가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 카드를 꺼낸 가장 큰 배경은 '재정은 계속 늘어나는데 시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현행 민영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울산 시내버스는 민간업체가 노선과 차량을 운영하고 울산시가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민간의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선과 배차에 대한 업체 권한이 크고 시는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면서도 시민 수요에 맞춰 노선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정지원 증가세다. 울산시의 전체 시내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2021년 1,140억9,400만원에서 2022년 1,374억5,300만원, 2023년 1,447억2,600만원, 2024년 1,601억3,500만원, 2025년 1,813억2,800만원으로 늘었다. 2026년에는 7월 말 기준 편성액 등을 포함해 2,193억1,900만원 규모다.
운행손실 지원만 놓고 봐도 2021년 1,096억원 수준에서 올해 1,945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적자노선 재정지원은 올해 1,519억원으로 예상된다. 재정지원율도 2020년 93%에서 2026년 97%까지 높아졌다.
울산시는 이처럼 지원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노선과 운행에 대한 실질적 관리권한은 이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행 민영제에서는 수익성이나 업체의 경영상황이 노선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노사갈등이 발생하면 시민 이동권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시의 문제의식이다.
민간 버스업체의 재무구조 악화도 공영제 논의를 촉발한 요인이다. 울산지역 7개 시내버스 업체의 부채는 2021년 1,197억원에서 2025년 1,62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금은 마이너스 717억원에서 마이너스 865억원으로 악화됐다.
특히 퇴직금 미적립 문제가 크다. 2025년 기준 퇴직충당부채는 1,115억원인데 실제 적립액은 302억원에 그쳤고 미적립액은 813억원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차량할부금도 326억원, 금융권 차입금은 159억원이다.
결국 재정지원을 늘려도 민간업체의 재무구조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시민 서비스와 노동자 고용안정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울산시가 검토하는 운영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현행 민영제는 민간 운송업체가 노선과 차량을 운영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운행하되 지자체가 운송수입을 공동관리하고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부족분을 지원하면서 노선과 서비스 관리 권한을 강화한다.
공영제는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이 버스 운영을 직접 담당한다. 노선·배차·운행계획을 공공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 수익성보다 시민 이동권을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은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안군과 정선군은 완전 공영제, 화성시와 세종시는 부분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특정 방식을 미리 정하지 않고 세 제도를 비교해 울산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공영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업체가 보유한 차량과 차고지 등 자산을 인수해야 하고 승무원 등의 고용승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별도의 운영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운송면허도 갖춰야 한다. 운영비와 투자비 역시 공공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공영제 전환에는 상당한 초기비용과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전환 이후에도 경영 효율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울산시는 이를 감안해 올해 말까지 울산연구원과 공영제 도입의 전제조건을 마련하고 별도의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재정소요와 자산인수, 조직·인력 문제 등을 따져보기로 했다.
전면 공영제에 앞서 울산도시공사를 활용한 일부 공영노선 운영이 사실상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시는 도시공사 위·수탁을 통해 실제 버스를 운행하면서 공공 운영에 필요한 면허와 차량, 노선, 조직·인력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운영비와 서비스 수준, 인력구조 등을 실증한 뒤 전체 운영체계 개편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도시공사의 운영 경험과 타당성 용역 결과에 따라서는 장기적으로 별도 교통공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울산시가 공영제 전환을 선언했지만 실제 전환 여부와 시점,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핵심은 현재 매년 투입되는 막대한 재정지원보다 공영제 전환 이후 비용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그 비용 증가분만큼 시민 이동권과 서비스가 실제 개선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있다.
오는 21일 시작되는 시민토론회와 향후 타당성 용역은 울산이 현행 민영제를 유지할지, 준공영제를 거칠지, 부분 또는 전면 공영제로 갈지를 결정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인섭기자 inseob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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