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 5세가 지난해 4월8일 노르웨이 오슬로 왕궁에서 외빈을 기다리고 있다. 노르웨이 왕실은 하랄 5세가 28일(현지시간) 89세를 일기로 서거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유럽 최고령 군주였던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각국 왕실과 정치권에서는 애도가 이어졌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왕실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랄 5세가 이날 오전 6시35분 오슬로 대학병원에서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하랄 5세는 용혈성 빈혈을 치료하던 중 발생한 부작용으로 지난 17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혈액 내 세균 감염 때문에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위독 소식을 접한 오슬로 시민 수백명이 전날부터 오슬로 왕궁 앞에 꽃을 가져다 두며 국왕의 회복을 기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랄 5세는 54세였던 1991년 즉위해 35년간 왕위를 지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기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과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고, 귀국한 뒤에는 노르웨이 육군사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했다. 요트 선수로도 활약한 그는 노르웨이 대표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결혼생활 또한 화제를 모았다. 귀족 가문 여성 대신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였던 평민 여성 소냐 하랄센을 배우자로 맞았기 때문이다.
2011년 하랄 5세는 극우 민족주의자 베링 브레이비크의 연쇄 테러로 77명이 숨졌을 당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고통이 얼마나 깊을지 상상만 할 뿐이다. 이 나라의 군주로서 여러분 모두와 마음을 같이 한다"고 말해 국가적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30년 넘는 기간 하랄 5세는 노르웨이 국민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줬고, 우리가 스스로와 서로에게서 최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왔다”고 기렸다.
유럽 각국의 애도와 추모도 잇따랐다. 하랄 5세와 6촌지간인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사랑하는 친척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노르웨이가 이처럼 위대한 인물을 잃은 것을 애도하며 친절과 연민, 깊은 책임감으로 사랑받은 친족이자 친구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북유럽 인접국 왕실도 일제히 메시지를 냈다.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는 “오랜 기간 하랄 5세는 나와 가족, 스웨덴에 좋은 친구였다”고 밝혔고, 덴마크의 프레데리크 10세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도 위엄 있는 존재감과 인간미를 겸비한 그를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하랄 5세는 진정한 유럽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하랄 5세는 노르웨이 군의 강력한 지지자였고, 오랜 기간 나토의 친구였다”고 했다.
하랄 5세가 별세하면서 왕위는 아들 호콘 왕세자(53)가 계승하게 됐다. 공식 칭호는 호콘 8세로, 왕실 구호는 선대 때부터 이어져 온 ‘모든 것을 노르웨이를 위해’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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