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넬리 코다가 "지긋지긋하다"고! 31세 김효주의 공포
■ 카톡 지우고 SNS 끊었다, 12년 뒤 세계랭킹 3위
■ 슬럼프·퍼터 교체·기부… 천재 소녀가 완성체가 된 방법
■ LA 챔피언십 우승 시 통산 10승·시즌 3승, 역사가 기다린다
세계 2위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넬리 코다가 말했다.
"지긋지긋하다(I'm sick of her)."
반복된 패배가 만든 고백이다.
더 이상 해법이 없다는 신호다.
그 상대가 31세 김효주다.
2012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짜리 아마추어가 한국·일본·대만 프로 무대를 연달아 휩쓸었다. 세상은 '프로 잡는 아마'라 불렀다. 2014년엔 KLPGA 4관왕에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천재 소녀' 김효주의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12년.
천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를 바꿨다.
■ 코다를 2주 연속으로 무너뜨렸다
▲김효주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휠윈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 우승 직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2주 연속 우승. 넬리 코다를 또 꺾었다. 세계 2위는 이날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6년 3월. 포티넷 파운더스컵.
김효주는 코다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다음 주 포드 챔피언십.
또 코다였다. 그리고 또 졌다.
세계 2위가 같은 선수에게 두 번 연속 무너졌다.
코다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퍼트를 보면 넋을 잃게 된다."
독자들이여, 판단은 각자가 하시라.
■ 카톡을 지웠다, 그해 4관왕이 됐다
2014년이었다.
연습 도중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김효주는 골프채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
그 순간이 싫었다.
카톡을 지웠다. SNS도 끊었다.
그해 4관왕.
12년이 지난 지금도 SNS는 없다.
팬카페 '슈팅스타'만 남아 있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고, 경기와만 연결했다.
그 선택이 12년을 버텼다.
■ 슬럼프가 왔다, 무기를 바꿨다
2017년 이후였다.
아이언이 흔들렸다. 체력이 무너졌다.
김효주는 버티지 않았다. 바꿨다.
퍼팅으로.
2019년 LPGA 퍼팅 1위.
무너진 무기 대신 다른 무기를 들었다.
2025년, 퍼터를 다시 바꿨다.
감각이 돌아왔다.
아이언은 원래 정교했다.
퍼팅은 더 정밀해졌다.
비거리까지 붙었다.
이제 약점이 없다.
■ 매년 2,000만 원, 경기 밖에서 완성된 멘탈
라스베이거스 강풍 속 79타.
3연승이 끊겼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한마디였다.
"리듬 자체는 나쁘지 않다."
매년 2,000만 원.
소아암 환우, 유니세프, 자선단체.
기부는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우승이 전부가 아닌 선수는
패배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올라온다.
■ 14년 팬덤, 흔들리지 않는 구조
2012년 시작된 팬덤 '슈팅스타'.
2018년에는 응원가까지 나왔다.
'별을 향해.'
말이 많지 않은 선수.
설명 대신 결과를 내는 선수.
팬들은 그 패턴을 안다.
그래서 떠나지 않는다.
■ 31세, 이미 다음을 설계한다
2025년, 자신의 이름을 건 주니어 대회를 만들었다.
이기는 선수에서, 남기는 선수로 이동했다.
이건 하락이 아니다.
완성이다.
■ 역사가 기다린다
지금 김효주는 LA에 있다.
LPGA JM Eagle LA Championship.
사실상 1번 타석이다.
우승하면 시즌 3승.
통산 10승.
숫자가 완성된다.
그리고 구조가 완성된다.
카톡을 지운 선택.
슬럼프에서 무기를 바꾼 판단.
경기 밖에서 쌓은 멘탈.
14년을 버틴 팬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모였다.
이제 상대는 알고 있다.
이 선수는 흔들리지 않는다.
천재 소녀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공포가 서 있다.
김효주는 경기를 이기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를 지우는 선수다.
그리고 지워진 선수는,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왜 또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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