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해온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이하 NDC)’가 올해로 19주년을 맞이한다.
넥슨은 오는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 및 일대에서 ‘NDC 2026’을 개최하며, 오프라인의 생생한 열기 속에서 업계 전문가 및 참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2007년 33개의 내부 비공개 세션으로 소박하게 첫발을 뗐던 NDC는, 사내 구성원 간의 자발적인 노하우 교류라는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작은 지식의 씨앗은 점차 게임업계 전체의 성장을 향한 갈증과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2011년 ‘공유(SHARE)’라는 기치 아래 행사를 전면 개방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게임 콘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누적 참관객 수가 2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질적, 양적 확장을 거듭해 온 NDC는 단순한 기업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가 함께 진화해 온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특히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잠시 비공개로 전환됐다가 지난 2025년부터 다시 공개로 전환한 만큼, 문을 활짝 연 이번 오프라인 행사에서 쏟아져 나올 게임 산업의 최신 인사이트에 어느 때보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기술의 변곡점, AI와 게임의 융합을 심도 있게 파헤치다
이번 NDC 2026의 세션은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운영 ▲사업&마케팅 ▲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커리어 등 총 9개의 공식 트랙으로 세분화되어 기술과 실무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의심의 여지없이 '인공지능(AI)'이다. 공개된 세션 스케줄표 전반에 걸쳐 AI와 머신러닝,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개발 혁신 사례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넥슨과 업계가 어떠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
기조연설부터 이러한 시대적 맥락을 짚는다.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는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라는 주제를 통해,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인해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현재, 게임 개발자가 갖추어야 할 진정한 경쟁력과 차별성에 대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툴'로서의 AI를 넘어, 창작의 본질을 되묻는 중요한 철학적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세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AI 기술이 게임 개발 실무의 각 영역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먼저,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마틴 싱-블롬은 '아크 레이더스' 개발 과정에 머신 러닝을 도입한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한다. 이 세션 외에 엠바크 스튜디오는 게임 내에서 발사되는 모든 총알의 궤적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고도화된 데이터 처리 기법과 아트 콘텐츠 프로덕션 과정에 대해 발표를 이어가며, 글로벌 수준의 최전선 개발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개할 예정이다.
넥슨의 내부 사례도 눈에 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자체 LLM 단풍 개발기’는 자사 서비스에 특화된 대형 언어모델(LLM)을 어떻게 설계하고 학습했는지, 범용 모델 대비 어떤 장단점을 보였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유저 리서치 3주 분량을 30분으로 줄이거나 1개월 걸리던 광고 제작을 하루 만에 완성하는 등, AI의 효율 공정도 소개된다. 하지만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무엇은 사람의 판단에 남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얼굴 애니메이션 제작 효율화나 음성 합성(TTS) 기술, 아트 리소스 및 3D 모델링 파이프라인의 효율화, 나아가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된 플레이 테스트 툴의 구축 등 당장 현장 실무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실용적인 강연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코드 작성 단계에서도 AI를 접목한 'CodeOnBoard' 사례를 통해 AI가 어떻게 실무자의 업무 환경을 재편하는지 증명하는 등, 게임 개발 관련 전 영역에서 AI와 상생하는 방안을 폭넓게 조망한다.
AI의 응용 범위는 장르와 부문을 가리지 않는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렉상드르 무파렉이 비디오 게임을 통한 AI 연구의 진전 양상을 다루며 글로벌 트렌드를 짚어주고, 데이터 인프라 관점에서 ‘AI와 함께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AI 서치 – 게임 데이터 분석의 자동화 시대를 열다’, ‘스팀 데이터로 읽는 유저와 시장’ 등의 세션도 진행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AI 도입, 로그와 스팀 메타데이터를 활용한 시장 분석, 클라우드 비용을 80% 절감했다는 사례 등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AI 시대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토크 ‘AI가 10배 빠른 시대, 성장을 멈출 이유는 없다’도 눈길을 끈다. 러브 & 퓨리 김태훈 CTO와 넥슨코리아 이용욱 실장이 함께 등장해, 단순히 생산성을 ‘몇 배’ 끌어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성장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조직과 개인의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 경험의 교차, 다양한 시각이 부딪히는 논의의 장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게임 기획과 운영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대담형 세션들도 이번 행사의 주요한 볼거리다. ‘서로 다른 게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 세션에서는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스튜디오 운영 경험을 공유한다.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그리고 ‘내가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을 만든다’ 세션에서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과 프로젝트문 김지훈 대표가 한국식 ‘작가주의 PD’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기를 풀어놓는다.
‘오랜 팬덤 IP를 플랫폼 자산으로 바꾸는 운영 설계’는 장기 서비스 IP를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운영 설계가 필요했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 스킵해 버렸네 – 숏폼 시대의 마비노기 모바일 메인 퀘스트 제작기’는 짧은 영상과 빠른 소비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스토리와 퀘스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 실험을 공유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넥스페이스 류기혁 총괄이 공개하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 Permissioned 체인이 만든 역설’, ‘AI 에이전트와 온체인 경제 – 다음 10년의 아키텍처’가 배치됐다. 대규모 팬덤 IP 기반 온체인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AI 에이전트가 참여하는 경제 구조를 어떤 기술 스택과 규칙으로 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길 예정이다.
사운드 쪽에서는 ‘또 마지막에 부르셨네요 – 사운드가 항상 늦게 등장하게 되는 개발 구조의 이야기’ 세션이 눈에 띈다. 게임 개발 막판에야 사운드팀이 호출되는 현실을 유머러스한 제목으로 드러내면서도, 초반 설계 단계부터 사운드를 함께 가져가기 위한 구조·커뮤니케이션 개선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NDC가 매년 강조해 온 ‘커리어’ 트랙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입사 초기 개발자가 어떤 태도와 역량으로 조직 안에서 역할을 넓혀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기술 면접은 무엇을 평가하는가 –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면접 전까지는)’ 세션은 지원자와 면접관 사이의 인식 차이를 짚으면서, 실무에서 진짜 중요하게 보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 지식의 선순환,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꿈꾸다
NDC는 그동안 경쟁을 넘어선 지식의 나눔이, 결국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는 신념을 흔들림 없이 고수해 왔다. 업계의 보안과 영업 비밀이 철저히 중시되는 IT 산업의 특성상, 시행 착오의 과정과 핵심 데이터가 포함된 실무진의 노하우를 대중에 가감 없이 공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넥슨은 NDC를 통해 내부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밖으로 투명하게 흐르게 함으로써, 개발자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나아가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 전체의 토양을 비옥하게 다지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유료 티켓과 스폰서 부스, 홍보성 강연에 의존하는 여타 콘퍼런스와 달리 무료 참가, 비(非)스폰서 구조를 유지하며 지식 그 자체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돼 왔다.
따라서 이번 NDC 2026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기업의 경계를 넘어 업계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머리를 맞대며 돌파구를 찾는 소중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6월, 판교에서 펼쳐질 수많은 지식의 장에서, 우리 게임 산업이 나아갈 또 다른 혁신의 씨앗이 발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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