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바디' 등 헬스케어 기업 잇달아 인수...'의료 AI' 개발 속도
카카오, 차바이오그룹에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 넘기며 '선택과 집중'
네이버·카카오. 사진=연합뉴스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헬스케어 사업을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관련 기업 투자와 인수를 잇달아 단행하며 외연 확장에 나선 반면, 카카오는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사업 비중을 줄이며 경영 효율화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네이버, 헬스케어 기업 잇단 인수...'의료 AI' 개발 속도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사내 투자팀 '네이버 D2SF'를 통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소변 소리를 분석해 전립선 비대증 등으로 인한 배뇨 증상을 측정하는 '사운더블헬스', 음식 사진을 스캔해 섭취량과 영양 성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누비랩' 등에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최인혁 대표를 선임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임상시험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 체성분 분석 기업 '인바디'에 투자한 데 이어,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기업 '세나클'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투자에 약 6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을 기반으로 한 '의료 AI(인공지능)'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올해 네이버는 서울대병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 상담부터 병원 예약, 영양제 구매까지 가능한 AI 챗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챗봇에 "목이 아프다"고 입력하면 AI가 증상을 분석해 인근 이비인후과를 추천하고, 네이버 플레이스 등의 서비스를 통해 예약까지 연결해주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네이버가 집중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생활 패턴은 물론 생체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투자한 기업들은 각기 다른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세나클은 진료·처방 기록을, 제이앤피메디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인바디는 체성분과 운동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플랫폼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 데이터를 투자를 통해 확보하고, 이를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와 연결해 이용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역시 이 같은 비전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 의장은 "네이버가 의료 AI에 투자하는 건 진심"이라며 "AI 시대에 네이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산업을 이끌고 나갈지 고민한 끝에 여기(헬스케어 분야)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 넘기며 AI에 '선택과 집중'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와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헬스케어 사업 비중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디지털헬스케어 계열사인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넘겼다. 이를 통해 차바이오그룹의 자회사인 차바이오텍은 계열사(차케어스·차AI헬스케어)를 통해 총 800억원을 투자, 지분 43.08%를 확보하며 카카오헬스케어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카카오는 지분율 29.99%의 2대 주주로 물러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매각 가치다.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인정받은 카카오헬스케어의 기업 가치는 약 86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기재된 장부가액(180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사실상 투자 원금의 반토막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권을 넘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손실을 예상하면서도 카카오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한 배경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꼽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제외한 사업은 정리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100여개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를 연내 80여개까지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실제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여개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이는) AI 시대에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자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카카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설립 이후 3년간 누적 순손실 838억원을 기록한 점 역시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 데이터 확보와 규제 대응 등이 까다로운 헬스케어 사업 특성상 수익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 아래, 전문성을 갖춘 차바이오그룹에 운영을 맡기고 카카오는 AI·데이터 기술을 제공하며 역할을 재조정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부터 규제 대응, 실질적인 수익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 분야"라며 "두 빅테크 모두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어떤 전략이 더 유효했는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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