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서남권에서는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할 집은 필요한데 새로 들어갈 집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서울 전체로는 입주 물량이 이주 수요를 웃돌지만, 동남권에 입주 물량이 쏠리고 서남·동북권은 공급이 부족해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매물 자체가 없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11일 한국부동산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 청년안심주택을 제외한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1만6731가구, 정비사업 이주 물량은 1만3446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물량만 보면 공급이 수요를 웃돌지만 지역별 격차는 뚜렷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8046가구로 서울 전체의 48.1%를 차지했다. 정비사업 이주 물량은 2922가구로 입주 물량이 이주 수요의 약 2.8배에 달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동남권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활발해 다른 권역보다 상대적으로 수급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그동안 정비사업이 활발하지 않았던 중저가 지역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뚜렷했다. 영등포·강서·양천·구로·금천·동작·관악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내년 입주 물량이 1651가구에 불과한 데 비해 이주 물량은 5604가구로 집계됐다. 이주 물량이 입주 물량의 3.4배에 달한다.
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구가 포함된 동북권도 입주 예정 물량이 3922가구인 반면 이주 물량은 4604가구로 더 많았다. 이주 수요가 입주 물량을 약 17.4% 웃도는 수준이다. 신규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몰리면 임대차 시장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대체 거주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이주를 앞둔 영등포구 영등포1-11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가격 부담이 커 대부분 경기도로 가서 전세로 살다가 다시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에 남는 사람은 30~4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조합 관계자도 “전월세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와중에 매물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선택의 폭 자체가 좁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세도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은 동북권이 11.44%로 가장 높았고 서남권 7.50%, 동남권 6.14% 순이었다. 이주 수요가 본격화하면 공급 여력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이주 수요에 대응할 전월세 대책과 임대주택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앞으로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이에 대응할 전월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임대주택 공급이 뒷받침돼야 정비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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