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권혜영 기자] 한국경제가 올해 1분기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나홀로 잘 나가던 미국은 물론 최근 수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보다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과시한 것이다. 반도체 경기 호황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사실은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공개된 ‘국제 주요국 성장률’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하 전기 대비)은 1.694%였다. 이는 이날 현재까지 1분기 성장률이 확인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위 자료 산출에는 ‘전기 대비 기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산출’이라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각국이 저마다 발표하는 분기 성장률은 각각의 집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 자료는 직접 비교가 가능하도록 동일한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의미다. 국별 성장률 발표의 경우 한국은 전기 대비, 미국은 전기 대비 연율,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방식을 각각 택하고 있다.
위 자료에 포함된 주요국 중 1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1% 이상을 기록한 곳은 한국과 인도네시아(1.367%), 중국(1.300%) 세 나라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2%에 육박하는 압도적 수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타 주요국 중에서는 핀란드가 0.861%로 4위를 달렸고, 그 다음 순위에는 헝가리(0.805%)와 스페인(0.614%), 에스토니아(0.581%), 미국(0.494%), 캐나다(0.400%), 독일(0.334%), 코스타리카(0.279%), 벨기에(0.200%), 오스트리아(0.197%), 이탈리아(0.165%), 체코(0.153%), 네덜란드(0.051%), 포르투갈(0.022%)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랑스(-0.005%)와 스웨덴(-0.210%), 리투아니아(-0.444%), 멕시코(-0.800%), 아일랜드(-2.014%) 등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같은 종류의 집계 자료에서 한국이 주요국 순위 1위를 차지하기는 2010년 1분기(2.343%)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16년 전의 그때나 지금이나 공통적인 현상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보기 드문 호황을 보였다는 점이다. 16년 전 당시의 수출 호조 주역은 반도체와 자동차였고, 올 들어서는 특히 반도체의 약진이 절대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우리 수출은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5.1% 급증했고,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순수출 기여도가 0이었다고 가정하면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0.6%에 그쳤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수출 증대를 주도한 곳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두 기업은 1분기에만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기저효과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직전 분기 성장률이 –0.161%에 그쳤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감안해 가며 1분기 성장 실적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작년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바람에 주요 41개국 가운데서 38위의 성장률 순위를 마크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깜짝 성장은 다음 분기 성장률 산정시에도 반대 방향으로의 기저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비슷한 사례는 2024년 1, 2분기에도 나타났었다. 그 해 1분기 우리 경제는 1.174%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으나 다음 분기엔 마이너스(-0.028%)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저효과에 의한 분기별 부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경기가 워낙 좋아서 올해의 전반적 흐름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전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1%에서 2.8%로 크게 올려잡는다고 밝혔다.
정부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년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를 얼마나 크게 상회할지는 제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상세한 전망치는 오는 6월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할 때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또한 조만간 경제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목표치를 더 높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 뒤 새로 확정된 기준금리 수준과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함께 내놓는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는 올해 1분기 성장률 0.9%, 연간 성장률 2.0%(내년 1.8%)였다. 한은은 당시에 기존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그 배경으로 반도체 경기 호조와 양호한 세계경제 흐름, 정부의 소비·투자지원책 실시 등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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