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795만명 고용률 최고…내부는 부채 압박
“젊은 척하는 태도 불편, 나이 문제가 아니었다”…돈 아닌 행동에 쏠린 시선
경제 중심과 문화 경계 사이…세대 인식 충돌 확산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편집숍. 거울 앞에 선 40대 남성이 색감이 강한 후드티를 몸에 대본 채 잠시 멈춰 섰다.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어울림을 살피던 순간, 점원이 말을 건넸다.
“선물용이세요?”
짧은 질문이었지만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남성은 “아뇨, 제가 입으려고요”라고 답했지만, 매장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함이 남았다. 몇몇 시선이 스치듯 지나갔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지하철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댓글창에서도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딱 영포티네.”
문제는 나이가 아니었다. 2030 남성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젊음’ 그 자체보다 ‘행동’에 가까웠다.
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40대 인구는 약 795만명, 전체의 15.5%다. 고용률은 약 7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한국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정을 유지하고, 소비를 떠받치는 중심 축이다.
겉으로 보면 가장 안정적인 세대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40대는 가구당 금융부채 규모와 부채 보유 비중이 모두 가장 높은 구간이다. 소득은 정점에 가깝지만, 동시에 빚의 무게도 가장 무겁다.
고용률은 높지만 인구 자체가 줄면서 취업자 규모는 예전만 못하다. 버티고 있다는 말이 더 가까운 상태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거부감은 ‘행동’에서 시작됐다
이 핵심 세대를 향한 아래 세대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온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30 남성의 63%가 ‘영포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이모(29)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굳이 우리 문화를 따라 하면서 선 넘는 느낌이 있어요.”
응답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부감의 이유로 ‘기득권’(14%)이나 ‘정치 성향’(14%)보다 훨씬 앞선 것은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모습’(49%), ‘젊은 세대 문화를 무리하게 따라 하는 행동’(48%)이었다.
특히 18~29세 응답자의 60%는 ‘젊은 이성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40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고 답했다. 유행어 수준이 아닌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인식이라는 의미다.
◆경제는 중심, 문화는 경계…엇갈리는 위치
지금 40대는 묘한 자리에 서 있다. 돈과 책임에서는 중심이지만, 문화에서는 점점 밀려나는 위치다.
누군가에게 ‘영포티’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나이 들지 않으려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시도가 다른 세대에게는 ‘침범’으로 읽히는 순간, 거리는 빠르게 벌어진다.
세대 갈등은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 던진 농담 하나, 길 위에서 스친 눈빛 하나, 짧게 오간 한마디.
그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인식이 굳어진다. 매장 안에서 잠시 망설이던 남성은 결국 후드티를 내려놓았다. 계산대를 한 번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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